스페이스X AI 전기, 뉴욕시 전체보다 많이 먹네요

10기가와트. 15기가와트. 20기가와트. 일론 머스크가 8월 4일 스페이스X IPO 이후 첫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놓은 숫자들은 데이터센터 하나의 전력 소비량이 아니라, 미국 최대 도시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규모였다. 머스크는 “2027년 말까지 컴퓨팅 용량을 10기가와트에 가깝게 끌어올리겠다”고 밝혔고,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너스가 “허가, 칩, 터빈을 다 확보했느냐”고 묻자 전력·냉각 인프라만 15~20기가와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뉴욕시의 한여름 폭염기 최대 전력 사용량이 약 12기가와트인 점을 감안하면, 머스크가 제시한 하한선조차 맨해튼 전체를 웃도는 수준이다.

머니와이즈가 9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스페이스X는 이미 테네시주 멤피스 데이터센터 인근에 임시 가스터빈 69기를 가동 중이다. 미시시피주 사우스에이븐에 41기의 영구 터빈 설치 허가를 3월에 받았으나, 이 프로젝트는 이미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미시시피 환경품질국(MDEQ)은 머니와이즈의 논평 요청에 “합의명령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내놓았다. 스페이스X 역시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스페이스X의 전력 인프라 투자는 이번 분기에만 약 40억 달러(약 5조 2,000억 원)에 달하며, 머스크는 “최소 두 분기 더 같은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7% 빠진 결정적 이유도 이 ‘무제한 인프라 베팅’에 대한 월가의 우려였다. 2026년 말 기준 2기가와트 이상에서 2027년 말 10기가와트로 — 1년 반 만에 5배 이상의 컴퓨팅 용량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은 스페이스X를 단숨에 글로벌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운영자로 만들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전력 수요 폭증의 여파는 데이터센터 인근에 국한되지 않는다. 13개 주·워싱턴 D.C. 6,700만 명이 연결된 PJM 인터커넥션 전력망의 최근 4차례 용량 경매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비용만 636억 달러(약 82조 원)를 기록했다. 테네시 밸리 오소리티(TVA) 관할 구역에서는 2020~2025년 사이 주택용 전기요금이 22% 올랐고,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지역의 인상률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PJM의 제프리 실즈 대변인은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부하가 이끄는 전례 없는 전력 수요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올여름 사상 최대 피크 수요를 경신했다고 확인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전기요금 명세서의 숫자 문제를 넘어, AI 시대의 인프라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버지니아주는 올 1월부터 25메가와트 이상 대규모 전력 사용자에게 별도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고, 펜실베이니아주도 5월 50메가와트 이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사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규제당국이 데이터센터에 ‘사회적 비용’을 부과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머스크가 실적발표 자리에서 “내년부터 데이터센터를 지구 밖으로 옮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인 것도, 결국 지상의 전력·규제 제약을 우주 인프라로 우회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힙니다. 다만 스타십 발사대가 그 임무를 감당할 때까지 사우스에이븐의 터빈은 계속 돌아갈 것이고, 그 비용은 PJM과 TVA 지역 7,000만 가구의 전기요금 고지서에 조용히 분산되어 찍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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