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테슬라에 1조원어치 샀대요

“머스크의 제국은 생각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얽혀 있다.” 스페이스X의 S-1 공시를 분석한 한 월가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그가 지적한 건 스페이스X가 2023년부터 테슬라에 지급한 8억 9천만 달러(약 1조 2,400억 원) 규모의 거래 내역이다. 사이버트럭 차량 구매에 1억 3,100만 달러, 메가팩 에너지저장장치 구매에 나머지 대부분이 쓰였다. IPO 서류는 한 회사 안에 머물던 이 거래들이 이제 전 세계 투자자의 검증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5월 20일 제출된 스페이스X의 S-1은 머스크 생태계 내부의 거래 관계를 처음으로 수치화해 공개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 간의 상호 매출은 지난 3년간 누적 15억 달러에 달한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사이버트럭 1억 3,100만 달러어치로, 이는 약 1,300대에 해당하는 규모다. 스페이스X는 스타베이스와 케이프커내버럴 등 발사장 인력 수송용으로 사이버트럭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 로켓
Photo by SpaceX on Unsplash

메가팩 거래는 더 전략적 의미가 크다. 스페이스X의 발사장과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메가팩은 스타십 발사대의 전력 안정화와 AI 데이터센터 백업 전원으로 활용된다. 이 거래는 단순한 계열사 간 매출을 넘어, 스페이스X가 우주발사에서 AI 인프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테슬라의 에너지 기술이 필수 인프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거래가 “머스크 생태계의 수직계열화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거래의 의미는 양면적이다. 순기능은 계열사 간 시너지가 실물 거래로 입증됐다는 점. 역기능은 이해상충 가능성이다. 테슬라의 주주 입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시장 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지, 스페이스X 주주 입장에서는 테슬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CNBC는 “머스크가 결국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합병할 것”이라는 월가의 추측이 이번 거래 내역으로 더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S-1은 또한 테슬라와 스페이스X 간 ‘테라팹’ 반도체 공장 협력이 아직 최종 계약에 이르지 않았다고 명시해, 이전에 시장에 퍼졌던 기대감을 일부 조정했다. 업계 관점으로는 8억 9천만 달러 거래의 진짜 의미가 ‘머스크 월드’ 내부의 현금 흐름이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됐다는 데 있다. IPO를 계기로 이 생태계는 더 이상 불투명한 채로 남아 있을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