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일론 머스크는 단호했다. “앤트로픽이 승리하는 시나리오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Winning was never in the set of possible outcomes for Anthropic).” 그로부터 10개월. 2026년 7월 9일, 동일 인물이 같은 플랫폼 X에 정반대의 문장을 올렸다. “내가 앤트로픽에 대해 분명히 틀렸다(I was clearly wrong about Anthropic).”
일론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AI 라이벌을 ‘현재 AI 업계의 선두주자’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현재 앤트로픽의 컴퓨팅 인프라 전체를 호스팅하며 월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받고 있다. 적에서 집주인이 되고, 집주인에서 팬으로 — 10개월 사이 벌어진 이 반전은 AI 업계의 판도 변화를 한 인물의 태도 변화로 압축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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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벌어졌나
머스크의 발언은 X 이용자들이 “머스크가 언제든 앤트로픽을 스페이스X 서버에서 쫓아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머스크는 “그런 짓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경쟁사를 향한 찬사로 응수했다.
“그들은 현재 분명히 AI 업계의 리더다. 어떤 회사도 Mythos/Fable만큼 좋은 모델을 출시하지 못했다. 곧 Mythos 2도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경쟁자라고 해서 그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방식으로 서버를 차단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내 방식이 아니다.”
머스크는 자신의 ‘경쟁자도 존중한다’는 평판을 입증하기 위해 세 가지 선례를 제시했다. 2014년 테슬라가 “선의의 목적이라면 특허 소송을 걸지 않겠다”고 선언한 특허 개방 정책, 테슬라 슈퍼차저 네트워크와 충전 포트 디자인을 경쟁사에 개방한 결정, 그리고 스페이스X가 경쟁 위성 시스템도 동일 가격·동일 조건으로 발사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나의 최악의 적들도 이 플랫폼에서 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말로 X의 언론 자유 원칙까지 끌어왔다.
거래의 실체 — $400억 규모의 집주인 경제
이 발언의 배후에는 거대한 금전적 이해관계가 놓여 있다. 2026년 2월 xAI가 스페이스X에 합병된 이후, 스페이스X의 AI 인프라 사업부는 멤피스 인근의 ‘Colossus 1’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 중이다. 앤트로픽은 이 데이터센터의 전체 출력인 300메가와트의 컴퓨팅 파워를 통째로 임대했다. 계약 조건은 월 12억 5,000만 달러, 2029년 5월까지 약 400억 달러(약 58조 원) 규모다. 구글 역시 스페이스X 인프라를 2029년 6월까지 월 9억 2,000만 달러에 임대하는 별도 계약을 체결했다.
머스크 생태계는 이제 AI 모델을 직접 만들 뿐 아니라(Grok), 경쟁사들의 두뇌가 돌아가는 물리적 토대까지 장악한 형국이다.
업계 반응 — “말 따로, 돈 따로?”
업계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머스크가 자신의 ‘스타일’을 강조했지만, 그가 경쟁사에 우호적이었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머스크 스스로 “AI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AI 기업의 기술을 증류(distill)한다”고 법정에서 인정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도 있다. 앤트로픽 역시 최근 중국 AI 기업 3곳이 클로드를 증류했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경쟁사의 컴퓨팅을 호스팅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 모두 이 거래를 ‘윈윈’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앤트로픽은 안정적 컴퓨팅을 확보했고, 스페이스X는 IPO 이후 주가를 떠받칠 초대형 매출원을 손에 넣었다. 3년 계약 기간 동안 연 150억 달러, 계약 총액 400억 달러의 현금 흐름은 우주·AI 복합 기업으로 변신 중인 스페이스X의 밸류에이션을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함의 — ‘적’을 재정의하는 머스크式 경영
이번 일화는 머스크라는 경영자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에게 ‘적’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전략적 유용성에 따라 언제든 재분류되는 변수다. 앤트로픽이 오픈AI 출신이라는 이유로 감정적 반감을 드러냈던 10개월 전과, “AI 업계의 분명한 리더”라고 치켜세우는 지금 사이에 달라진 것은 앤트로픽의 기술력이 아니라, 스페이스X의 AI 인프라 사업이 현실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이 발언은 머스크가 앤트로픽의 성공을 자신의 생태계 성공과 동일시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앤트로픽이 클로드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수록 Colossus 1의 가동률은 올라가고, 이는 곧 스페이스X의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경쟁사를 품에 안는 것이 곧 주주 가치가 되는 셈이죠. Mythos 2 출시가 임박한 지금, 머스크가 앤트로픽을 ‘팬’으로 대하는 진짜 이유는 아마도 월 12억 5,000만 달러짜리 월세 명세서에 적혀 있을 겁니다.
- 원문: TechCrunch — Elon Musk praises Mythos/Fable, promises not to ‘cut off’ Anthropic
- 보조 출처: Business Insider — Elon Musk says he was wrong about Anthropic, now calls the AI rival the ‘leader’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7-10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