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만 해도 월가는 머스크의 AI 베팅에 ‘비전’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7월 23일, 같은 시장은 같은 지출을 두고 패닉 셀링으로 답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하루 12% 넘게 폭락하며 시가총액 2,140억 달러(약 307조 원)를 날렸다. 2025년 4분기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전날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머스크가 던진 한마디 — “가능한 한 빨리 지출하겠다(spend as fast as we can)” — 가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산산조각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테슬라는 뉴욕 증시에서 12.4% 급락한 247.32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까지 밀리며 약 2년 만에 최악의 하루를 기록할 뻔했다. 시장조사업체 베어포인트리서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머스크가 AI와 로보틱스 지출을 ‘속도 제한 없이’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하면서,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 비전에 무게를 두는 테슬라의 전략이 주가에 직격탄이 됐다”고 분석했다.
충격의 진원지는 명확했다. 테슬라는 2분기에만 AI·로보틱스 분야에 58억 달러(약 8조3천억 원)를 쏟아부었다.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1억 달러로 돌아섰고, 영업이익률은 1년 전 4.1%에서 1.4%까지 추락했다. 일렉트렉은 “머스크의 ‘날 믿어(just trust me)’ 서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점에 도달했다”며 “테슬라가 사이버캡과 옵티머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동안 핵심 자동차 사업의 수익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켓워치는 이날 하루 증발한 시가총액을 두고 “214억 달러가 아니라 2,140억 달러”라고 강조하며 “머스크의 AI 지출 선언 한마디에 테슬라가 입은 손실은 포드와 제너럴모터스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보도했다. 더 가디언은 “자동차 제조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신뢰 상실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 CNBC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테슬라 목표주가를 줄하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골드만삭스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280달러에서 240달러로 14% 낮췄고, 모건스탠리 역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단기 리스크를 강조하는 메모를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같은 날 테슬라에 대한 커버리지를 재개하며 목표주가 235달러, ‘시장수익률 하회’ 의견을 제시해 매도 압력을 더했다. 시장의 온도 변화는 수치보다 말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1년 전 실적 발표에서는 “AI 투자는 테슬라의 미래 가치를 여는 열쇠”라는 말이 지배적이었다. 이제는 “그 열쇠로 열 문이 어디 있냐”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JP모건의 라이언 브링크먼 애널리스트는 이날 노트에서 “테슬라의 지출 속도가 매출 성장 속도를 앞지르는 상황이 구조화되고 있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급락은 테슬라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둘러싼 시장의 근본적 질문을 다시 꺼내들게 합니다. 자동차 회사로 평가하면 1.4%의 영업이익률은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AI·로보틱스 기업으로 보기엔 사이버캡과 옵티머스의 상업화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결국 투자자들이 이날 매도 버튼을 누른 것은 ‘돈을 태우고 있다’는 사실보다, ‘언제 불이 꺼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이었습니다. 머스크가 다음 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출’이 아닌 ‘성과’로 말문을 열 수 있을지가 향후 3개월의 유일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 원문: Bloomberg — Tesla Plunges Most in a Year on Investor Angst Over AI Spending
- 보조: Electrek, MarketWatch, The Guardian, CNBC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7-24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