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가 2천억 원을 선거에 쏟아붓고 2년 뒤 “과했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걸 후회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계산된 거리 두기라고 불러야 할까.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돌아보며 “도가 지나쳤다(got carried away)”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더 가디언과 디 인디펜던트가 7월 23일(현지시간) 보도한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페인에 약 2억 달러(약 2,860억 원)를 쏟아부은 것을 두고 “정치적 열정에 너무 깊이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논란이 되는 정치적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고 더 가디언은 전했다.
이번 발언은 머스크가 그간 트럼프와의 관계에서 보여준 ‘무조건적 지지’ 기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머스크는 약 2년 전 트럼프 암살 시도 직후 공개 지지를 선언하며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 그는 X(옛 트위터)에 “나는 한때 민주당에 투표했다. 이제는 트럼프”라고 썼고, 이후 트럼프 집권기 내내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자처하며 연방정부 구조조정이라는 초강경 노선을 이끌었다.
퓨처리즘은 같은 날 별도 보도에서 “제국이 무너지는 가운데, 머스크가 DOGE로 거대한 실수를 저질렀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DOGE는 당초 연방 예산 2조 달러 삭감을 목표로 출범했으나, 실제 성과는 1,500억 달러 수준에 그쳤고, 정부 기능 마비와 대규모 해고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머스크 본인도 “아마 조금 과하게 밀어붙였다(probably pushed a bit too hard)”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머스크의 이번 ‘고백’은 테슬라 주가가 12% 폭락하고 스페이스X의 2차 시장 주가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바로 그 주에 나왔다. 정치적 논란과 사업적 역풍이 동시에 몰아치는 가운데, 머스크가 트럼프와의 거리를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엔지니어”라는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머스크가 DOGE의 실패한 성과표를 의식해 정치색 지우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정치자금 추적 기관 오픈시크리츠(OpenSecrets)에 따르면 머스크의 2024년 선거 기부 총액은 약 2억3,900만 달러로, 역대 개인 정치 기부자 중 최상위권이다. 이 중 대부분이 트럼프를 지원하는 슈퍼팩(Super PAC)으로 흘러갔다. 더 가디언은 이 기부 규모가 “미국 정치사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말 바꾸기’ 이상의 무게를 지닙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연이어 부진하고, 정치적 편향이 브랜드에 악영향을 준다는 내부 분석이 나오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근 유럽 시장에서 ‘CEO의 정치적 평판’을 이유로 판매가 17% 감소했다는 보고서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머스크가 정치에서 손을 떼려는 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다음 선거 사이클까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2년 전 그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을 때보다, 이번 고백이 훨씬 더 많은 계산기를 두드리게 만든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 원문: The Guardian — Elon Musk says he got ‘carried away’ with Trump – but still holds on to contentious political views
- 보조: The Independent, Futurism, The Times of India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7-24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