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AI의 실존적 위험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근본적으로 재정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2,140억 달러가 증발한 바로 그날, 테슬라의 AI 투자 정당화가 절실한 시점에 나왔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머스크는 7월 23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뷰에서 “킬러 AI가 인류를 멸종시킬 가능성보다, ‘모두를 위한 풍요(abundance for all)’가 올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AI 개발의 리스크를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AI가 잘못될 확률이 10~20%라면, 나머지 80~90%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그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AI는 인류 최대의 실존적 위협”이라며 규제를 촉구하던 그와는 확연히 다른 톤이다.
맥락을 이해하려면 시계를 약 1년 전으로 돌려야 한다. 2025년 3월, 머스크는 AI 개발 6개월 유예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한 1,100명 중 한 명이었다. 당시 그는 “통제 불능의 AI 경쟁은 인류 문명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부터 16개월이 흐른 지금, 그의 스타트업 xAI는 그록(Grok) 4를 출시했고 5세대 모델 학습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 중이다. AI 안전을 외치던 목소리는 이제 “어차피 풍요가 이긴다”는 낙관으로 대체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발언이 나온 배경으로 xAI의 급성장을 짚었다. xAI는 최근 밸류에이션이 750억 달러를 넘어섰고, 머스크는 “AI 산업에서 오픈AI와 구글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자평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같은 날 보도에서 “머스크가 반도체 제조사에 감사를 표한 어닝콜은 2026년의 풍경을 상징한다”며, 테슬라와 xAI가 GPU 확보 경쟁에서 점점 더 밀접하게 얽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AI 안전 비영리단체 플랫폄(FLI)의 막스 테그마크 회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10%의 멸종 확률을 감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AI 안전 논의를 수십 년 후퇴시킨다”고 비판했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은 “머스크의 발언은 결국 AI 선두 주자들이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신호”라며 “규제보다 속도”라는 업계의 무언의 합의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xAI의 행보도 이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xAI는 테슬라의 차량 데이터와 스페이스X의 위성 데이터를 그록 학습에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xAI와 테슬라의 AI 사업부 통합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포브스는 이와 관련해 “머스크가 AI 리스크를 외면하기 시작한 시점과 xAI가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접어든 시점이 정확히 겹친다”고 분석했다. AI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모두를 위한 풍요’라는 서사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입니다.
머스크의 이번 입장 변화는 단순히 낙관론으로의 전환이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지난해 AI 유예를 외칠 때는 xAI가 이제 막 걸음마를 떼던 때였고, 지금은 자사 AI가 업계 3위권에 진입한 뒤입니다. 결국 머스크가 말하는 ‘감수할 만한 리스크’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AI가 만드는 풍요를 전제로 한 계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자신이 AI 경쟁의 당사자가 된 지금, ‘멸종 위험’은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입場料처럼 취급되고 있는 셈이니까요.
- 원문: Business Insider — Elon Musk says it’s worth the risk of killer AI because ‘abundance for all’ is more likely
- 보조: Bloomberg, Futurism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7-24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