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도, 인텔도 아닌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을 찍는다. 지난 7월 13일,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AI5 칩 테이프아웃을 완료하고 미국 테일러 팹에서 양산 준비 단계에 진입했다고 트렌드포스·코리아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2024년 테슬라가 삼성에 AI5 생산을 맡긴 지 약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삼성 파운드리가 자사의 첫 2나노미터 공정을 테일러 팹에서 가동하는 의미도 크다. 테일러 팹은 당초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2nm 공정 수율 안정화에 시간이 걸리며 일정이 밀렸다. 이번 AI5 칩이 사실상 테일러 팹의 2nm 첫 상업 생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삼성으로서도 상징적인 이정표다.
AI5는 테슬라의 5세대 자율주행 컴퓨터로, 현재 차량에 탑재된 HW4의 후속이다. 일론 머스크는 2025년 AI5의 연산 성능이 HW4 대비 약 10배 향상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2026년 하반기부터 신규 차량에 AI5를 탑재할 계획이며, 궁극적으로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의 두뇌 역할을 맡길 전망이다.
삼성 입장에서도 이번 수주는 반갑다. TSMC가 애플·엔비디아·퀄컴 등 빅테크 물량을 싹쓸이하는 사이, 삼성은 첨단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테슬라라는 글로벌 EV 1위 업체의 차세대 칩을 수주하면서 2nm 공정의 레퍼런스를 확보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2025년 4분기 기준 약 11%로 TSMC(67%)에 크게 뒤처져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AI5 수주가 자동차용 첨단 칩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주로 7nm 이상의 레거시 공정에서 생산되는데, 2nm 공정이 차량용 AI 칩에 적용된 것은 AI5가 사실상 처음이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삼성이 이 분야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테슬라의 AI5 양산 일정은 2026년 4분기로 알려져 있으며, 삼성은 테일러 팹에서 월 5천 장 이상의 2nm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캐파를 확보 중이다. 테슬라가 필요로 하는 초기 물량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여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이번 협력이 단순한 칩 공급을 넘어 삼성과 테슬라의 관계를 어떻게 재편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삼성은 이미 테슬라에 배터리(삼성SDI)와 카메라 센서(삼성전기)를 납품하고 있는데, 여기에 파운드리까지 더해지면 양사 간 ‘풀스택 파트너십’으로 진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입니다. 테슬라가 TSMC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을 가속한다면, 삼성 파운드리의 가장 강력한 레퍼런스 고객이 탄생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