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가족 재단이 토미 로빈슨의 러시아 방문 경비를 지원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가 일제히 보도한 이 발언은 일론 머스크의 부친 에롤 머스크의 입에서 나왔다. 한쪽에서는 세계 최고 부자가 테슬라 사이버캡과 화성 이주 계획을 설파하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그의 재단이 영국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극우 정치인의 러시아 방문을 뒷받침하고 있었다는 대조적인 그림이다.
토미 로빈슨은 영국 국방연맹(EDL)의 전 대표로, 반이슬람 운동과 극우 정치활동으로 여러 차례 구속된 인물이다. 그는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현지 국영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푸틴 정권의 선전 채널에 출연했다. 로빈슨의 러시아 방문 자체가 이미 영국 의회에서 비난을 촉발했으나, 머스크 재단의 자금 지원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에롤 머스크는 L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론의 재단은 수년간 다양한 사회적 이니셔티브를 지원해왔고, 토미 로빈슨의 여행 경비도 그 중 하나”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가디언은 “수만 파운드 규모”로 추정했다. 머스크 재단은 2024년 기준 약 7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며 교육, 재생에너지, 우주과학 연구 등에 기부해왔다.
영국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노동당 소속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영국 시민이 러시아 선전 도구로 이용되도록 재정 지원이 이뤄졌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논평했다. 자유민주당의 데이비드 라미 의원은 “머스크 재단의 자금이 어떻게 러시아 정권에 우호적인 정치활동으로 흘러갔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가디언은 이번 폭로로 “영국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퍼스트포스트는 머스크 재단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세계 최대 부자의 자선재단이 한 국가의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bc.co.uk는 에롤 머스크가 “일론은 개인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누적된 우려와 맞물린다. 머스크는 X 플랫폼을 인수한 이후 콘텐츠 검열 완화를 명분으로 여러 극우 계정의 활동을 허용해왔고, 최근에는 영국 폭동 사태 당시 “내전은 불가피하다”는 논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의 재단을 통한 자금 흐름이 단순한 기부를 넘어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혹은 이번 폭로로 한층 구체화됐다.
머스크 재단의 자금 지원이 ‘개인의 자유’라는 추상적 가치에 대한 후원인지, 아니면 영국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구도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정치 행위인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제 머스크의 재단 활동이 더 이상 테크 업계의 관심사에 머무르지 않고 외교·안보 차원의 감시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영국 의회가 공식 조사에 착수할 경우, 머스크 재단의 글로벌 지출 내역 전체가 처음으로 공개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 원문: The Guardian — Tommy Robinson’s Musk-funded Russia trip spurs call to defend UK democracy
- 보조 출처: The Independent, Firstpost, lbc.co.uk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7-12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