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4일(현지시간 23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투자회사 회의실. 나트파워(NatPower) CEO 파브리지오 자고가 파트너사 임원들과 마주 앉아 건넨 말은 사업 규모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기술과 자본에는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인프라를 일관되게 제때 구축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가 이날 로이터를 통해 전격 발표한 계약의 상대방은 테슬라였다.
테슬라와 나트파워는 이탈리아와 영국에 총 25GWh 규모의 메가팩(Megapack)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구축하는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1단계로 5개 프로젝트가 착수되며, 건설 비용만 40억~50억 달러(약 5조7천억~7조1천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자고 CEO가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듯, 전체 프로그램은 100GWh 이상으로 확장될 계획이며 20년간 예상 매출만 150억 달러(약 21조 원)를 웃돈다.
이번 계약에서 주목할 진짜 차별점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테슬라는 메가팩을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 도매시장에서 가격 변동을 포착해 충·방전 타이밍을 최적화하는 트레이딩 플랫폼까지 함께 공급한다. 배터리를 단순한 백업 설비가 아닌 수익 창출 자산으로 전환하는 구조로, 하드웨어보다 마진이 높고 고객 록인 효과가 큰 ‘스티키(sticky)’ 비즈니스다.
유럽의 정책 환경도 이 거래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영국은 간헐적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의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배터리 저장소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양국 모두 출력 제한(curtailment)을 줄이고 계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장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하는 중이다.
테슬라 에너지 사업부는 이미 회사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축으로 자리 잡았다. 2025년 한 해 동안 46.7GWh의 에너지저장 설비를 설치해 전년 대비 약 48% 증가했으며, 2026년 1분기에도 약 14.4GWh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신기록을 세운 것으로 분석가들은 추정한다. 2024년에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메가팩 계약이 성사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테슬라는 설치 시간을 대폭 단축한 메가블록(Megablock)과 메가팩3(Megapack 3)를 공개했는데, 이는 자고 CEO가 지적한 “납기 일정 내 구축”이라는 문제의식과 정확히 맞물리는 제품이다. 이번 계약이 실제로 착공에 들어간다면, 유럽 전역에서 재현 가능한 템플릿이 될 것이라고 나트파워 측은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발표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약 3.3% 하락했다. 별도로 랜섬웨어 그룹이 테슬라와 애플의 기밀 문서를 유출했다는 보도가 겹친 탓이다. 25GWh라는 1단계 물량은 테슬라가 2025년 한 해 전 세계에 설치한 전체 용량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라는 점에서 에너지 사업부의 무게감을 재확인시켜 줍니다. 그러나 유럽의 계통연계 승인 절차는 악명 높을 정도로 더딥니다. 결국 ‘5조원 계약’이라는 헤드라인 뒤에 숨은 진짜 변수는 테슬라의 기술력이 아니라 이탈리아와 영국 양국 규제 당국이 얼마나 빨리 허가를 내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 자동차 판매가 정체된 지금, 메가팩이라는 조용한 거인이 테슬라라는 기업의 실체를 점점 더 많이 설명하게 될 것입니다.
- 원문: Electrek — Tesla, NatPower strike $5B deal for 25 GWh of Megapack storage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6-24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