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 5000만㎞, 정부가 사고를 따로 세는 이유

정부가 테슬라의 감독형 FSD 사고를 별도 항목으로 세기 시작한 배경에는 누적 주행거리 5000만㎞라는 숫자가 있습니다. 테슬라코리아가 지난 8월 21일 밝힌 국내 감독형 FSD 누적 주행거리인데, 2024년 11월 23일 정식 배포 이후 1년 9개월 만에 쌓은 기록이 관리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셈이거든요. 승인 기준을 따지는 단계에서 실주행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단계로 무게추가 옮겨간 겁니다.

국토부는 지난 9월 18일 국민신문고 민원 답변에서 “테슬라 FSD(감독형) 기능이 켜진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를 우리 부 산하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모니터링 중”이라며 “FSD와 관련된 중대사고 보고나 제작결함에 대해 신고 접수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블로터가 제보자 A씨를 통해 확보한 답변서로, 정부가 FSD가 작동한 상태의 사고를 별도 항목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난 대목이에요.

‘0건’이라는 말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그런데 이 표현은 조금 더 정확하게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국토부가 밝힌 건 ‘사고 0건’이 아니라 ‘중대사고 보고와 제작결함 신고가 0건’이라는 뜻이거든요. FSD 작동 중 발생한 전체 사고 건수나 일반 접촉사고 규모, 운전자 개입 횟수는 이번 답변에 담기지 않았어요. 국토부는 “제3자 영업비밀에 해당하거나 진행 중인 사항이 있다면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함께 내놨습니다.

숫자를 넓혀 보면 국내 FSD 이용 지형도가 보입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지난 1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내에서 운행 중인 테슬라는 22만9311대입니다. 이 가운데 FSD를 쓸 수 있는 차량은 4만7458대로 전체의 20.7%에 그쳤고, 나머지 18만1853대(79.3%)는 이용이 어려운 차량으로 분류됐어요.

가장 큰 갈림길은 생산지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 안전기준 상호인정 덕분에 미국산 차량은 국내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인정받는 구조인데, 최근 국내에 팔린 모델3와 모델Y 상당수를 만든 중국 상하이 공장산 차량은 이 대상이 아니거든요. 4세대 하드웨어(HW4)를 달고도 FSD가 묶여 있는 차가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실주행 기록이 남긴 두 얼굴

블로터가 2021년형 미국산 모델3 롱레인지에 FSD V14 라이트를 적용해 직접 달린 기록도 함께 공개됐어요. 지난 8월 10일부터 9월 21일까지 총 2602㎞를 주행했고, 이 가운데 2422㎞(약 93.1%)에서 FSD가 실제로 작동했습니다. 서울 도심은 물론 서울과 강원 양양을 오가는 장거리 구간에서도 시스템이 차선을 바꾸고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했죠.

반대 장면도 있었습니다. 일부 도심 구간에서는 좌회전을 앞두고 특정 차로를 지나치게 오래 유지했고, 목적지 경로와 무관한 차선 변경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도로가 갈라지는 지점에서는 진로 판단이 늦어 운전자가 직접 개입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사용률 93%가 안전성 93점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죠.

업계에서는 이번 답변을 두 갈래로 읽습니다. 교통안전공단이 FSD 작동 중 사고를 직접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을 “정부가 FSD를 예외로 두지 않고 관리 대상에 넣었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이 있고, “세부 통계가 공개되지 않으면 누적 주행거리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국토부는 이번 답변에서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에 따라 자율주행 상용화를 촉진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지만, 중국산 차량의 감독형 FSD 적용 가능성이나 제도 변경 계획은 담지 않았습니다.

결국 데이터를 얼마나 열 것인가

이게 우리한테 뭐가 의미 있냐면요, 국내 FSD를 둘러싼 논쟁의 축이 ‘허용하느냐’에서 ‘증명하느냐’로 옮겨간다는 뜻입니다. 이미 국내 테슬라 22만대 가운데 5만대 가까이가 FSD를 쓸 수 있고, 누적 5000만㎞가 쌓였어요. 정부가 사고 건수와 운전자 개입 빈도, 도로 유형별 안전성 같은 세부 통계를 어느 수준까지 열어줄지가 다음 갈림길이거든요.

당장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모니터링 결과가 어떤 형태로 공개될지, 그리고 국토부가 중국산 차량 문제를 제도로 풀지 여부예요. 테슬라가 해외에서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만큼, 국내 기준이 데이터 공개 쪽으로 열릴지 아니면 현행 관리 체계를 유지할지에 따라 감독형 FSD 다음 단계의 시계가 달라질 전망입니다.


원문: 블로터 — [FSD 온로드] 국토부 “테슬라 FSD 중대사고·제작결함 신고 없다”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9-2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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