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린트 2세대 NPU 양산 6개월 지연, 매출 목표도 반토막

국내 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모빌린트의 2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레귤러스’ 양산이 6개월 밀리면서, 올해 매출 목표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당초 올해 말이던 양산 시점은 빨라야 내년 6월로 밀렸고, 매출 목표는 3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내려앉았어요.

업계에 따르면 모빌린트는 파운드리 협력사 에이직랜드와 함께 레귤러스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설계도 수정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에이직랜드는 대만 TSMC의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 칩 설계도를 다듬어주는 협력사(VCA)로, 이 과정에서 양사 귀책 사유로 칩 성능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전해졌어요. 설계를 다시 손보면 양산 일정이 밀릴 수밖에 없죠.

설계도와 공장 사이, 비용도 함께 늘었습니다

팹리스가 만든 설계도는 그대로 공장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공정 특성에 맞게 한 번 더 다듬는 단계가 필요한데, 이 역할을 하는 곳이 VCA예요. 요리로 치면 레시피를 쓴 사람과 실제 주방 사정을 아는 조리장이 따로 있는 셈인데, 이번엔 그 둘 사이 조율이 어긋난 겁니다.

숫자로 보면 부담이 더 분명해집니다. 모빌린트는 에이직랜드와의 계약 종료 시점을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로 1년 연장했고, 계약 금액은 약 154억원에서 약 165억원으로 7% 늘었어요. 매출 목표는 절반으로 줄고 비용은 늘어난 구조입니다. 에이직랜드는 지난 7월 30일 이 같은 내용을 정정 공시했습니다.

세대별 차이도 뚜렷합니다. 1세대 ‘에리스’는 삼성전자 14나노 공정에서 생산되며 비전 AI와 엣지 서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겨냥했습니다. 반면 2세대 레귤러스는 TSMC 12나노 공정을 쓰고, 로봇과 드론, 가전, 블랙박스용으로 설계됐어요. 공정 파트너가 바뀐 만큼 최적화 난이도도 달라진 셈입니다. 로봇과 드론처럼 전력과 발열 제약이 빡빡한 기기에 들어가는 칩은 성능을 조금만 잘못 잡아도 쓸 수 없게 되는데, 이 지점이 이번 설계 수정의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고객사 납품에도 파장

양산 지연은 납품 일정으로 바로 이어졌습니다. 모빌린트는 올해 다온아이앤씨에 드론용 레귤러스 칩 1000개를 납품할 계획이었는데, 다온아이앤씨가 드론 양산 계획을 뒤로 미뤘어요. 레귤러스 양산 지연과 함께 전쟁으로 인한 드론 부품 수급 차질이 겹친 탓입니다.

다만 주요 고객인 신세계아이앤씨향 물량은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설명입니다. 요구 사양에 맞춘 샘플을 전량 납품했고, 신세계아이앤씨는 대규모 언어모델 구동과 음성 인식 같은 엣지 AI용으로 이 칩을 검토하고 있어요. AI 키오스크 탑재 가능성을 놓고 품질 검증이 진행 중이며, 양산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에이직랜드 관계자는 “칩 성능과 경쟁력 고도화를 위해 양사 합의하에 계약 기간을 연장했다”며 “경쟁력 있는 칩 개발을 위해 지속 협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협력 관계도 원활하고 우호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갈아타기도, 버티기도 쉽지 않은 이유

이번 지연은 국내 팹리스가 마주한 구조적 조건을 보여줍니다. 대안이 될 만한 VCA로 GUC나 알칩 같은 곳이 있지만, 이들은 주로 빅테크 고객을 상대하는 데다 비용이 에이직랜드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어요. 설계 전문 업체의 양산 물량이 적으면 아예 거래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 모빌린트로선 협력을 이어가는 선택이 사실상 유일한 길이었던 셈입니다.

시장 쪽 부담도 남습니다. 레귤러스가 겨냥한 로봇과 드론, 가전용 엣지 AI 칩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들어오는 영역이에요. 6개월의 공백은 고객 확보 경쟁에서 그대로 기회비용이 되고, 양산 일정이 한 번 밀리면 납품 시점을 다시 협상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다음 칩은 판이 달라집니다. 3세대 칩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고, 에이직랜드 대신 삼성 협력사인 세미파이브와 설계를 진행해요. 파트너가 달라지면 이번 같은 조율 문제는 줄어들 수 있지만, 첫 양산까지 남은 시간은 다시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AI 칩 생태계에서 설계 역량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사례가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2세대 칩이 내년 상반기에 무사히 나올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사이 고객사들이 기다려줄지가 모빌린트의 다음 장을 가를 전망입니다.


원문: 디일렉 — 모빌린트, 2세대 칩 양산 6개월 밀렸다…매출 전망도 ‘반토막’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9-2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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