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기도 수원의 경기주택도시공사(GH) 본사. 김용진 GH 사장과 이천시 관계자들이 반도체 산업단지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했습니다. 회의장 스크린에 띄워진 부지 계획도에는 6만㎡짜리 산업단지 세 곳이 나란히 붙어 있었어요. 합치면 18만㎡, 축구장 25개가량이 들어갈 규모입니다.
GH는 이천시와 함께 이 부지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소기업이 모여드는 배후 산업단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반도체 앵커기업 주변에 협력사들이 붙어 있는 구조를 의도한 겁니다. 장호원읍과 율면 등 지역 현안을 함께 푸는 조항도 협약에 담겼어요.
6만㎡ 벽을 연접 개발로 넘었습니다
이 사업의 출발점은 규제였습니다. 이천시를 포함한 자연보전권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산업단지 개발 면적이 6만㎡로 묶여 있었어요. 대기업 협력사 여러 곳을 한 번에 받을 만한 부지를 조성하기 어려운 크기죠. 경기도가 2024년부터 제도 개선을 건의한 끝에 관련 지침이 개정됐고, 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되면 여러 사업지구를 붙여 최대 30만㎡까지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온 방식이 연접 개발입니다. 6만㎡ 단지를 세 개 붙여 18만㎡를 확보하는 식이에요. 경기도에서 이 방식이 적용되는 건 지난해 승인된 여주 가남산업단지 클러스터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남부 지역에 반도체 소부장 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하나씩 모양을 갖추는 셈이죠.
입주 수요는 이미 한 차례 확인했습니다. GH는 지난 8일 이천 반도체융복합교육센터에서 지역 반도체 협력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사전 수요조사를 열었어요. 지난 21일 열린 ‘경기 인더스트리 31 파트너스 워크숍’에서는 이천시를 가칭 ‘남부 반도체 소부장 발전벨트’의 한 축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천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가 자리한 지역이라, 협력기업들이 가까운 곳에 공장을 두려는 수요가 꾸준한 곳입니다.
공기업이 나선 이유도 분명합니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은 대개 자체적으로 대형 부지를 확보할 자금이 없어 앵커기업 주변에 모여야 하는데, 수도권에서는 규제 때문에 마땅한 산업용지가 없었어요. GH가 계획 수립과 투자심의를 병행해 공급 기간을 줄이겠다고 나선 건, 민간 개발로는 채워지지 않는 이 틈을 공공이 메우겠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소부장 공급망 자립을 강조해온 흐름도 배경으로 작용합니다. 소재·부품·장비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이 흔들릴 때마다 국내 생산 기반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돼 왔거든요. 이번 클러스터는 그 수요를 수도권 남부에 붙여두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속도전의 핵심은 절차 단축
일정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GH와 이천시는 올 하반기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시작으로 산업단지계획 승인과 고시 절차를 밟아 2029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GH는 계획 수립과 투자심의 같은 내부 절차를 병행해,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산업용지 공급 기간을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세웠어요. 2029년이라는 시점은 그래서 나온 숫자입니다.
김용진 GH 사장은 “이번 협약은 급변하는 산업 수요에 맞춰 반도체 산업용지를 신속히 공급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이천시가 반도체 첨단 거점도시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규모보다 속도에 주목합니다. 소부장 기업의 입지는 앵커기업의 증설 일정과 맞물려 정해지는데, 부지 공급이 늦어지면 협력사들이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거든요. 경기도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대형 사업과 별개로 중소 규모 산업용지 공급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변화는 산업용지 공급 방식이 ‘넓게, 한 번에’에서 ‘규제 안에서 쪼개 붙여서라도 빠르게’로 옮겨가는 신호로 읽혀요. 대형 산단 부지가 마르면서 지자체와 공기업이 연접 개발이라는 우회로를 택하기 시작한 거죠.
남은 과제는 채워 넣는 일입니다. 2029년 착공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승인 절차, 입주 기업 확정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어요. 이천에 실제로 어떤 소부장 기업들이 들어오고, 이들이 반도체 앵커기업의 공급망에 얼마나 깊이 연결되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입니다.
원문: 전자신문 — 이천 18만㎡ 반도체 소부장 산단…GH·이천시 2029년 착공 추진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9-24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