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시장이 조용히 방향을 틀고 있다. 지금까지의 ‘물어보면 답하는 AI’에서, 이제는 ‘알아서 처리하는 AI’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중이다. 배경에는 LLM(대규모언어모델)의 추론 능력이 작년 대비 비약적으로 개선되면서, 단순 정보 검색을 넘어 예약·결제·문서 작성 같은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준에 도달했다는 기술적 판단이 깔려 있거든요.
IT조선이 5월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내 주요 AI 업체들이 일제히 ‘실행형 에이전트’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에 ‘멀티스텝 태스크 실행’ 기능을 탑재해 이용자가 “내일 오후 2시 회의실 잡아줘”라고 말하면 캘린더 확인부터 예약 완료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시연을 선보였다.
카카오도 카나나를 통해 ‘일상 속 실행 비서’ 콘셉트를 밀고 있다.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엄마 생일 선물 주문해줘”라고 입력하면 취향 분석부터 쇼핑몰 비교, 결제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SKT는 에이닷에 ‘AI 통화 비서’를 추가해, 식당 예약 전화를 AI가 대신 걸어주는 서비스를 지난달 시작했다.
숫자로 보면 시장의 기대감이 더 선명해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는 실행형 AI 에이전트 시장이 올해 52억 달러에서 2030년 471억 달러로 연평균 5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한국IDC가 “2027년까지 국내 대기업의 70% 이상이 일부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분석은 이렇다. 첫째, 검색형 AI는 수익화가 어렵다. 광고를 붙이자니 사용자 경험이 깨지고, 구독료를 받자니 차별화가 힘들다. 반면 실행형 AI는 건당 수수료나 업무 자동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로 과금 모델이 명확하다. 둘째, 한국은 카카오톡·네이버·배달의민족 등 국민 메신저와 슈퍼앱 생태계가 이미 갖춰져 있어 AI 에이전트가 연동할 표면이 넓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AI가 결제나 예약 같은 민감한 작업을 수행할 때의 보안 문제, 오작동 시 책임 소재, 개인정보 처리 기준 등 법적·제도적 정비가 아직 시작 단계다. 또 “AI가 내 메일함을 다 읽고 예약을 잡는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방향성은 분명하다. 검색에서 실행으로의 전환은 PC 시대의 CLI(명령줄 인터페이스)에서 GUI(그래픽 인터페이스)로 넘어가던 때와 맞먹는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예고한다. ‘찾아주는 AI’가 아니라 ‘해주는 AI’를 누가 먼저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느냐가 하반기 한국 AI 경쟁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원문: IT조선 — “찾아주는 AI 아니고 처리하는 AI”…실행형 에이전트 경쟁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5-24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