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스페이스X에 월 1조원 AI 컴퓨트 빌리기로 했어요

스페이스X IPO를 불과 일주일 앞둔 6월 5일, 구글(알파벳)이 스페이스X에 매달 9억2천만 달러(약 1조3천억 원)를 지급하는 초대형 컴퓨트 임대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AI 제품 수요 폭증으로 자체 데이터센터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구글과, IPO를 앞두고 안정적 매출원이 절실한 스페이스X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교차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5월 말 Anthropic과 맺은 월 12억5천만 달러 규모의 유사 계약이 선례를 만들어줬다는 점도 결정적이었다.

테크크런치가 6월 5일(현지시간) 입수한 SEC 제출 서류에 따르면, 구글은 2026년 10월부터 2029년 6월까지 약 33개월간 스페이스X로부터 “약 11만 개의 NVIDIA GPU, CPU, 메모리 및 관련 부품”에 대한 접근 권한을 매달 9억2천만 달러에 구매한다. 총 계약 규모는 약 300억 달러(약 43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지난달 Anthropic이 xAI 콜로서스 1 데이터센터의 가용 컴퓨트 전량을 임대한 계약(월 12억5천만 달러)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되, 규모는 약 절반 수준이다.

구글은 이번 계약의 배경에 대해 성명을 통해 “구글 클라우드와 스페이스X는 오랜 파트너”라며 “에이전트 플랫폼인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에 대한 고객 수요가 예상을 훨씬 웃돌아 이를 충당할 브리지 용량(bridge capacity)을 확보하기 위한 단기적이고 시의적절한 합의”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이번 결정은 모회사 알파벳의 공격적인 자본 지출과 맞물려 있다. 알파벳은 올해에만 1,800억 달러 이상의 CAPEX를 약속했고, 2027년에는 이를 “대폭 증액”할 것이라고 시사한 상태다. 이를 위해 최근 800억 달러 규모의 지분 매각도 발표했다. 그럼에도 자체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가 AI 수요 폭증을 따라잡지 못하자 경쟁사 겸 파트너인 머스크의 데이터센터를 빌리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계약서에는 흥미로운 해지 조항도 포함됐다. 스페이스X가 2026년 9월 30일까지 약속된 GPU를 공급하지 못하면 구글은 한 달의 유예 기간 후 계약을 즉시 해지하거나, 제공된 GPU 수에 비례해 월 사용료를 삭감할 수 있다. 양측 모두 2026년 12월 31일 이후 90일 사전 통보로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권한도 보유한다. IPO를 앞둔 스페이스X로서는 GPU 납기라는 옵션의 제약을 받아들이면서까지 ‘계약 체결’이라는 사실 자체를 공시한 셈이다.

이 계약은 스페이스X가 로켓·위성 회사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미 Anthropic과의 계약으로 AI 컴퓨트 사업의 수익 모델을 입증한 스페이스X는 이제 빅테크 간 경쟁 구도를 자사 인프라로 끌어들이는 위치에 올랐다. 구글은 스페이스X의 오랜 투자자로서 IPO 이후 1천억 달러 이상의 지분 가치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며, 양사는 우주 궤도 데이터센터 건설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가 나스닥 상장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이뤄진 이번 계약 발표는 IPO 투자자들에게 ‘이 회사는 발사체만 파는 곳이 아니다’라는 신호로 읽힌다. 업계 관점으로는, 구글이 자존심을 접고 경쟁사 생태계의 GPU를 빌릴 만큼 AI 수요가 급박하다는 사실 자체가 향후 수년간 AI 인프라 시장의 공급자 우위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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