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애리조나주 메사의 한 교차로. 오후 2시 30분, 날씨는 맑았다. 풀 셀프 드라이빙(FSD)을 활성화한 테슬라 모델Y가 우회전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여성을 치었다.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로부터 2년 2개월이 흐른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보도를 통해 테슬라가 이 사고 유족과 비공개 합의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FSD 작동 중 발생한 보행자 사망 사고에서 테슬라가 합의금을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법원 밖에서 합의에 도달했으며, 테슬라의 과실 인정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사고는 현재 320만 대 이상의 테슬라 차량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NHTSA(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FSD 결함 조사의 직접적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NHTSA는 작년 10월 이번 애리조나 사망 사고를 비롯해 FSD 관련 충돌 사고 4건을 엮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범위에는 2016~2026년식 모델S·3·X·Y와 사이버트럭까지 포함됐으며, 저시정(저조도·눈·비·안개) 환경에서 FSD가 장애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결함이 핵심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라이다·레이더 없이 카메라만 의존하는 테슬라의 ‘비전 온리’ 접근법이 악천후에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합의는 테슬라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FSD 사고 소송에서 피해자 측과 금전적 합의를 택한 첫 선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특히 이 사건은 2024년 발생한 FSD 보행자 사망 사고 중 유일하게 형사 기소 없이 민사 합의로 종결된 건이다. 같은 시기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오토파일럿 사망 사고는 현재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같은 날 테슬라의 FSD v14.3.4 업데이트가 사용자들에게 배포됐다. 이 버전은 교차로 우회전 시 보행자 감지 알고리즘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데이트 릴리즈 노트는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기 전 미리 감지하고 감속하는 기능이 강화됐다”고 명시했다. 업데이트가 사고 2년 2개월 만의 합의 바로 다음 날 배포된 점은 우연이라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합의가 시장에 던지는 신호는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테슬라는 FSD 사고 때마다 “운전자가 항상 주시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레벨2 책임 프레임으로 방어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방어막을 스스로 걷고 — 과실 인정 없이도 — 금전적 합의를 택했다는 건, NHTSA 전면 조사와 향후 잇따를 유사 소송이라는 두 개의 더 큰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입니다. 테슬라의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개였습니다. 배심원 평결로 수억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감수하거나, 비공개 합의로 선례를 남기지 않는 것. 테슬라는 후자를 택했지만, 한 번 합의의 문을 열면 다음 사고의 유족들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현재 NHTSA 조사에 포함된 나머지 3건의 FSD 충돌 사고 유족들도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가 이 문을 영구히 닫으려면, 결국 합의금이 아니라 기술로 답해야 할 것입니다.
- 원문: Bloomberg via Electrek — Tesla settles lawsuit over fatal ‘Full Self-Driving’ pedestrian crash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6-27 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