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앤트로픽, 머스크 데이터센터에 1년 20조원 내요

연 150억 달러. 한화 약 20조 원. 앤트로픽이 머스크의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에 지불하는 연간 임대료다. 지난 5월 7일 ‘SpaceXAI-앤트로픽 파트너십’ 발표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구체적 금액이 더 버지의 5월 26일(현지시간) 단독 보도로 처음 공개됐다. AI 업계의 컴퓨트 전쟁이 이제 수십조 원 단위의 인프라 비용으로 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버지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머스크의 SpaceXAI가 운영하는 콜로서스(Colossus)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의 GPU 컴퓨트 용량을 연 150억 달러에 임차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멤피스에 위치한 콜로서스 1(Nvidia GPU 22만 장 이상)과 현재 건설 중인 콜로서스 2, 그리고 향후 확장 예정인 콜로서스 3~5까지 포함된 포괄 계약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의 규모는 AI 인프라 시장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가 OpenAI에 제공하는 연간 컴퓨트 비용이 약 50억~70억 달러로 추정되는 점과 비교하면, 앤트로픽-머스크 간 계약은 그 2배가 넘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앤트로픽이 머스크의 데이터센터를 선택한 것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 공급 안정성과 확장성을 우선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계약의 배경에는 AI 칩 공급망의 구조적 병목이 있다. Nvidia의 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GPU 수요가 폭발하면서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지 않은 AI 기업들은 클라우드 제공업체나 GPU 호스팅 업체의 ‘임대료’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앤트로픽은 구글로부터 2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지만, 구글의 TPU보다 범용성이 높은 Nvidia GPU에 대한 접근권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콜로서스 네트워크는 2025년 여름 단 122일 만에 구축된 초고속 건설로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22만 장의 H100 GPU를 단일 클러스터로 묶은 콜로서스 1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AI 훈련 인프라 중 하나다. 머스크는 이달 초 “2026년 말까지 GPU 100만 장 규모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앤트로픽의 연 150억 달러는 그 확장 비용을 조달하는 핵심 재원이 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이 계약이 스페이스X IPO(6월 12일 예정)를 앞두고 SpaceXAI의 매출 가시성을 대폭 높였다는 사실이다. S-1 서류 보충자료에는 앤트로픽 외에도 복수의 미공개 하이퍼스케일러 고객과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체결돼 있다고 기재됐다. 업계 관점으로는 AI 컴퓨트 시장이 ‘자체 구축 vs 임대’ 구도에서 ‘누구의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느냐’의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머스크가 이 타이밍에 연 15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공개한 것은 스타링크에 이은 SpaceXAI의 또 다른 IPO 흥행 카드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