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팹 23조 공식 출범, 메모리 3사 독점 깨지네요

5월까지만 해도 텍사스 부동산 서류에 올라온 수상한 코드명이었다. “프로젝트 테라팹”이라는 이름으로 119조 원어치 건축 허가가 접수됐을 때, 월가는 반신반의했다. 그로부터 석 달. 머스크는 이제 텍사스 주지사와 나란히 서서 “진짜 짓는다”고 선언했다. 초기 투자액만 168억 달러, 우리 돈 23조 원이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공동 추진하는 테라팹(Terafab) 칩 공장이 텍사스주 컬리지스테이션 인근에 공식 확정됐다.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6일(현지시간) 직접 발표에 가세했고, 로이터·WSJ·휴스턴크로니클 등 주요 매체가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5월 초기 건축 허가 서류가 포착된 이후 수개월간 머스크의 의중을 두고 “진짜냐, 쇼냐”를 두고 의견이 갈렸지만, 이제 답은 나왔다.

머스크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구체적인 컴퓨트 배분까지 공개했다. 테라팹 생산 칩의 약 25%는 테슬라 옵티머스 로봇에, 나머지 약 75%는 AI 우주선(AI spacecraft) 에 투입된다. 이는 테슬라의 지상 로봇과 스페이스X의 궤도 인프라를 하나의 칩 아키텍처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로켓을 정기적으로 궤도에 올리는 엔지니어링 기술을 지상 데이터센터에 조금만 적용해도, 솔직히 말해 뉴욕 양키스가 리틀리그 팀과 경기하는 수준입니다.”

주목할 대목은 인재 채용 방향이다. IT 매체 Wccftech에 따르면 테라팹은 이미 메모리 공정 엔지니어를 공개 채용 중이다. 이는 단순한 AI 추론·학습 칩을 넘어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직접 설계·생산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재 HBM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가 과점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는 HBM 공급은 특히 SK하이닉스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한미반도체는 지난주 자사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 테라팹이 새로운 성장 기회”라고 명시했고, ASML은 지난 5월 “머스크의 TeraFab은 진심”이라며 극자외선(EUV) 장비 공급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168억 달러는 TSMC의 연간 설비투자(약 300억 달러)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신규 진입자의 첫 베팅으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텍사스 A&M 대학의 패트릭 수어만 교수는 이번 발표에 대해 “스타베이스나 기가팩토리 수준의 생산성을 갖춘 시설이 텍사스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공급망 지도를 바꾸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테라팹이 메모리 공정 엔지니어를 첫 채용 타깃으로 삼은 것은 단순한 AI 가속기 설계가 아니라, 엔비디아 GPU에 들어가는 HBM을 자체 조달하겠다는 선전포고로 읽힙니다. 지금까지 머스크 진영의 AI 인프라는 xAI의 그록 훈련을 위한 엔비디아 GPU 구매가 중심이었고, 그 비용은 분기마다 수십억 달러씩 불어났습니다. HBM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면 GPU 한 대당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40% 이상을 내재화할 수 있고, 이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실적 전망에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머스크가 반도체 전쟁에 뛰어든 방식은 칩 설계도, 파운드리도 아닌 HBM 내재화라는 점에서 기존 구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흔드는 접근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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