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타는 사람들, 거기엔 병이 있어요. 알죠, 병이에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5일 저녁 라스베이거스 레드록 리조트에서 열린 유세에서 전기차 운전자들의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을 이렇게 표현했다. 트럼프는 약 20분간의 연설 도중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한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며 익숙한 전기차 비판 루틴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나는 전기차 의무화를 끝냈다. 일론이 나한테 좀 화가 났기 때문에 이 얘기를 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야만 했다”며 “우린 일론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에 대한 우회적 언급은 자신의 핵심 지지 기반 중 하나인 머스크 팬덤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트럼프의 발언 중에는 한 가지 사실도 섞여 있었다. 그는 미국 신차 판매에서 순수전기차(BEV) 비중이 약 7%라고 지적했는데, 이 수치는 대체로 정확하다. 문제는 그가 이를 자랑스럽게 말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동화 전환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는 와중에 7%라는 숫자는 미국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또 “배터리가 4분의 3 남았을 때부터 벌써 걱정하기 시작한다”며 전기차 운전자들의 심리를 조롱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런 표지판이 보인다 — ‘충전소, 오른쪽으로 89마일’. 이 사람들 미친 거 아니냐”는 식이었다. 그가 ‘병’이라고 명명한 현상은 전기차 초기 보급기의 주행거리 불안을 가리키지만, 충전 인프라가 급속히 확충된 현재의 미국 주요 도시권에서 이는 점차 해소되고 있는 문제다.
백악관의 전기차 정책 기조는 이미 수개월째 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워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바이든 시대의 전기차 보조금과 배출가스 규제를 대거 철회했고, 최근에는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동원해 해외산 태양광 인버터까지 규제하는 등 청정에너지 전반에 걸친 규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이 직접 전기차 운전자를 ‘병자’로 낙인찍은 셈이다.
업계의 반응은 얼어붙었다. 한 자동차 업계 애널리스트는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며 “특히 미국 중부와 남부의 보수 성향 구매층은 이런 레토릭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JD파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재선 이후 미국 내 전기차 구매 의향은 공화당 지지층에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의 입장은 복잡하다. CEO인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활동하며 백악관과의 밀착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반전기차 수사가 거듭될수록 머스크의 ‘지속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미션과 충돌하는 지점이 늘어난다. 머스크 자신도 최근 인터뷰에서 “석유와 가스 산업을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전기화가 불가피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라스베이거스 발언이 던지는 신호는 분명합니다. 백악관의 전기차 적대 기조가 단순한 정책 차원을 넘어 대통령의 수사학(rhetoric)으로까지 굳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린 일론을 사랑한다’는 한마디로 머스크 개인과의 관계는 관리하려 하지만, 그런 개인적 친분이 테슬라의 핵심 시장에 드리워진 정책적 역풍을 상쇄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트럼프의 발언이 거듭될수록 머스크가 백악관 안에서 전기차 산업의 최소한의 방어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다음 주 CPCA가 발표할 7월 미국 전기차 판매 데이터에서 소비자 심리 위축의 실체가 수치로 드러날지가 1차 관전 포인트입니다.
- 원문: Electrek — Trump claims electric car drivers have a ‘disease’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8-06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