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브로드컴 290조 AI 동맹…HBM부터 2나노까지

“AI 시대에는 메모리와 로직, 첨단 패키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 반도체 솔루션이 중요하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 말을 꺼냈을 때, 현장에 있던 글로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그가 왜 브로드컴 CEO 옆에 앉아 있는지 단번에 이해했을 거예요.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이 2030년까지 2,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90조 원 규모의 AI 반도체 전략적 협력에 나선다는 발표가 그 자리에서 나왔거든요.

두 회사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HBM 공급과 2나노 파운드리를 묶은 전방위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단순한 부품 납품 계약이 아니라 설계·공정·패키징을 하나로 연결하는 턴키 방식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어요.

HBM부터 2나노까지 — 설계에서 양산까지 한 번에

이번 협력의 핵심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에 삼성전자의 최신 HBM을 공급하는 것, 다른 하나는 브로드컴의 차세대 AI·통신용 칩을 삼성전자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생산하는 것이죠.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1c D램과 4나노 베이스다이를 적용한 HBM4를 양산했고, 5월에는 차세대 HBM4E 샘플까지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AI 서버 시장에서 HBM은 연산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데,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서 확보한 양산 능력을 브로드컴이 높이 평가한 셈이에요.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함께 활용합니다. 칩 설계 단계부터 공정·패키징을 동시에 최적화하면 불량률을 낮추고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거든요. 반도체 위탁생산을 넘어 공동 기술 개발까지 협업 범위를 넓힌 점이 이번 계약의 진짜 묵직한 대목입니다.

찰리 카와스 브로드컴 반도체솔루션그룹 사장은 “AI 인프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반도체 기업 간 기술 연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함께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9,500억 달러 협력 패키지의 한 축

이번 삼성-브로드컴 계약은 단독 이벤트가 아니에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SK그룹과 엔비디아의 7,500억 달러 AI 메모리·데이터센터 협력, 네이버와 엔비디아·브룩필드의 100억 달러 AI 팩토리 구축, 현대차와 엔비디아의 로봇·자율주행 협력까지 줄줄이 발표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샌프란시스코를 찾아 젠슨 황, 샘 올트먼 등 빅테크 CEO들과 만찬을 가진 자리였죠.

한국 기업들이 하루 만에 따낸 협력 규모만 총 9,500억 달러, 한화로 1,375조 원에 달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기존의 지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허브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혀요.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HBM과 파운드리를 함께 묶어 고객사를 확보하는 전략이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수주 경쟁력에 무게를 둔 행보라는 분석이에요. 특히 브로드컴의 AI 가속기 설계 역량과 삼성전자의 제조 인프라가 결합되면 엔비디아 일변도였던 AI 칩 시장에 새로운 공급망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번 협력이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수직 계열화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글로벌 시장에 각인시킨 하루였어요.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지점은 브로드컴의 선택 자체입니다. 브로드컴은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대안으로 꼽히는 몇 안 되는 기업인데, 그 브로드컴이 삼성의 HBM과 2나노 공정을 동시에 선택했다는 건 TSMC 중심으로 짜여 있던 AI 반도체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거든요. 당장의 계약 규모보다 이 지점이 삼성전자에게 더 값진 성과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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