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는 듯한 인상이 있었죠. 그런데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의 풍경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바로 옆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나란히 앉아 건배를 하는 모습은 한국이 이제 AI 반도체의 글로벌 허브로 포지션을 바꾸고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이었거든요.
이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통해 한국을 글로벌 AI 생산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습니다. 젠슨 황, 샘 올트먼,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등과 연쇄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한국의 AI 인프라와 인재, 반도체 제조 역량을 직접 세일즈한 거죠.
하루 만에 1,375조 원 — 기업들은 이미 움직였다
말만 앞세운 게 아니에요. 이날 서밋 현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글로벌 빅테크 간에 구체적인 협력과 투자 계획이 쏟아졌습니다. 삼성전자-브로드컴의 2,000억 달러 AI 반도체 협력을 비롯해 SK그룹-엔비디아 7,500억 달러 메모리·데이터센터 협력, SK텔레콤-엔비디아-앤트로픽의 5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 네이버-엔비디아-브룩필드의 100억 달러 AI 팩토리, 현대차-엔비디아 로봇·자율주행 협력까지 총 9,500억 달러, 한화 1,375조 원 규모입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 분야마다 글로벌 파트너들과 구체적인 투자·협력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젠슨 황 CEO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갖춘 글로벌 AI 강국”이라며 “SK텔레콤, SK하이닉스와 함께 한국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세대의 AI 팩토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어요.
AI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
이번 서밋에서 주목할 점은 협력의 범위가 반도체를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자율주행, 기업용 AI까지 전방위로 확장됐다는 거예요. 삼성SDS는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기반으로 기업용 AI 사업을 키우기로 했고, 현대차는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AI 시대는 어느 한 기업이나 국가의 힘만으로 이뤄갈 수 없다”며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의 경계를 넘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AI 팩토리 등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예전 같으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한국을 부품 공급처나 생산 기지로 보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동등한 파트너로서 공동 개발과 공동 투자를 논의하는 단계로 올라섰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AI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상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는 대목이에요.
다만 남은 숙제는 이 대규모 협력이 실제 투자 실행과 고용 창출로 이어지도록 후속 작업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정부가 약속한 규제 개선과 인프라 지원이 발표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또 한 가지, 이번 서밋에서 카카오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옅었다는 점도 업계 안팎에서 조용히 언급되고 있어요. 네이버는 AI 팩토리 협력으로 이름을 올렸고, 삼성과 SK, 현대차는 각자 굵직한 계약을 따냈는데 카카오만 뚜렷한 글로벌 협력 소식이 없었거든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번처럼 국가 단위의 대형 딜이 오가는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건 카카오의 AI 전략이 아직 글로벌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어요.
- 원문: IT조선 —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서 9500억달러 반도체 협력 추진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7-25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