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안내 기술은 새롭지 않다. 가민과 톰톰이 20년 넘게 해온 일이고, 구글맵과 웨이즈는 수억 명의 운전자를 매일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앞선 자율주행 AI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테슬라가, 정작 이 기본 중의 기본인 경로 탐색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다. 이번 주 FSD(Supervised) v14.3.4가 차량에 배포되기 시작했지만, 오너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불만이 쏟아지는 영역은 여전히 내비게이션이다.
현장의 증언은 구체적이다. 고속도로 대신 비효율적인 로컬 도로를 고집하고, 진출로를 놓쳐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며, 건물 뒷문으로 안내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한 테슬라 오너는 “FSD에서 내비게이션이 가장 큰 불만”이라며 “이 동네에서 평생 살아서 길을 훤히 아는 나조차도 시스템의 판단에 개입해야 할 때가 너무 많다”고 적었다. 테슬라라티의 칼럼니스트 조이 클렌더는 “잘못된 경로는 단순히 몇 분 지연되는 차원을 넘어 AI의 전체적 의사결정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루트가 망설이는 주행, 불필요한 개입, 위험한 급차선 변경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기술적으로 보면 원인은 분명하다. 테슬라의 내비게이션은 구글맵, 톰톰, 오픈스트리트맵, 발할라, 자체 함대 데이터까지 여러 소스를 이어 붙인 패치워크 구조다. 단일하게 중앙 관리되는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라, 각기 다른 업데이트 주기와 정확도를 가진 조각들을 실시간으로 조합하는 방식이다. 기존 GPS 업체들이 전문 큐레이터의 지속적 검증을 거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두 번째 문제는 학습 피드백의 결여다. 소비자용 내비 앱은 운전자가 반복적으로 특정 경로를 회피하거나 선호하면 이를 학습해 반영한다. 하지만 FSD의 신경망 아키텍처는 실시간 인지 및 제어에 최적화돼 있을 뿐, 장기적 경로 기억이나 개인화 능력은 취약하다. 클렌더는 그록에게 특정 경로로 집에 가도록 지시했더니, 억지로 경유지를 찍어야 했고, 그 경유지를 삭제하자마자 다시 비효율적인 루트로 되돌아갔다고 보고했다.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정확한 경로 탐색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무인 로보택시의 존재 근거 자체다.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무인차는 상품이 될 수 없다. 웨이모는 자체 HD 매핑 차량으로 도시 전체를 사전 스캔하고 경로를 검증하는 반면,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 실시간 판단하는 철학을 고수한다. 이 철학은 인지(perception)에선 빛을 발했지만, 내비게이션에선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업계에서 테슬라의 AI 스택을 높이 평가하는 분석가들조차 “내비게이션이 해결되지 않으면 진정한 레벨4는 불가능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일부에선 테슬라가 결국 구글맵 수준의 전용 지도 파트너십을 맺거나, 자체 매핑 함대를 구축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올해 초 테슬라가 채용 공고에서 ‘내비게이션 엔지니어’를 대거 뽑기 시작한 점도, 회사 내부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정황이다.
v15 재작성을 기다리는 동안, 지도 데이터 통합 아키텍처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더 큰 규모로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FSD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목적지를 잘못 찍으면 결국 아무 데도 못 간다는 냉정한 현실이 이번 v14.3.4 오너들의 좌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원문: TESLARATI — Tesla’s Navigation Nightmare: Why the easiest part of FSD might be the hardest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6-17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