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텍사스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 스타십 슈퍼헤비가 시험 점화를 마치고 발사대에 서 있던 그 순간, 2,000km 떨어진 뉴욕 맨해튼의 한 투자은행 회의실에서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페이스X의 IPO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확정하는 막판 조율이었다.
로이터통신이 6월 3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한 바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르면 다음 주 IPO 가격을 확정하고 공모에 돌입한다. 공모 규모는 전량 신주 발행 기준 750억 달러(약 108조 원)로, 이는 2014년 알리바바의 250억 달러를 세 배 가까이 넘어서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된다. 목표 기업가치는 1조 7,500억 달러 이상으로, 현재 애플(약 3조 6,000억 달러)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비싼 상장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번 가격 확정은 지난 5월 IPO 신청서(S-1) 제출 이후 두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나왔다. 당시 시장에서는 공모가 범위를 100~140달러로 추정했는데, 최상단인 135달러로 결정됐다는 점에서 기관 수요가 예상보다 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날 별도 보도를 통해 “스페이스X의 자본 수요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Out of This World)”라는 제목으로 이 회사가 스타링크·스타십·테라팹 등 세 개의 자본 집약적 프로젝트를 동시에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모든 시장 참여자가 이 밸류에이션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모닝스타는 같은 날 스페이스X의 적정 가치를 8,750억 달러로 추정하며 IPO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CNBC는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1조 달러가 넘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덴마크 자산운용사 대니카(Danica)는 앞서 “프리 플로트가 너무 낮다”며 IPO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이날 “스페이스X 직원들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차익을 준비 중”이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회사 설립 24년 만에 찾아온 유동화 이벤트가 엔지니어와 초기 투자자들을 백만장자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가 보유한 스페이스X 지분(약 42%)만으로도 상장 시점에 약 7,350억 달러의 지분 가치가 발생하며,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합산하면 머스크의 개인 자산이 1조 달러에 근접하거나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점으로는, 이번 IPO의 진짜 시험대는 공모가가 아니라 상장 이후 찾아올 패시브 자금의 규모다. S&P 500과 MSCI 월드 같은 주요 지수 편입이 현실화되면 유통 물량 대비 수요가 폭발하며 극단적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스페이스X가 ‘우주 기업’에서 ‘시장 전체를 흔드는 종목’으로 전환되는 순간은 다음 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