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을 만드는 것과 HBM 생태계를 만드는 것, 뭐가 더 어려울까요? 삼성전자가 내놓은 답은 ‘둘 다’였어요. 24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6세대 HBM(HBM4)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독자 개발하며 ‘커스텀 HBM’ 시장 선점에 나섰거든요.
이번 발표의 핵심은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에요. 커스텀 HBM 시대에는 고객사별로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데, 여기에 소프트웨어 없이 접근하는 건 마치 자동차 엔진은 최고 사양인데 내비게이션이 없는 격이죠.
SDK의 역할은 구체적이에요. 컴퓨터 명령어를 반도체가 이해할 수 있는 마이크로 코드로 변환하고, HBM4의 최하단 층인 베이스다이에 주입해 데이터 신호 오류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구조입니다. 5세대 HBM(HBM3E)까지는 베이스다이가 고정된 회로라 정해진 검사 장비로만 불량을 잡을 수 있었는데, HBM4부터는 베이스다이 자체가 자가 진단·보정 능력을 갖추게 된 거예요.
삼성전자가 독자 SDK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종합 반도체 기업의 무기가 숨어 있어요. 경쟁사들이 TSMC 같은 외부 파운드리에 베이스다이 제조를 맡기는 것과 달리, 삼성은 메모리(코어다이)부터 파운드리(베이스다이)까지 한 지붕 아래 처리하는 ‘원스톱’ 체계를 갖추고 있거든요.
이게 왜 지금 특히 중요하냐면요,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사 AI 인프라에 최적화된 맞춤형 가속기(ASIC)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ASIC마다 논리 연산 구조가 다른 만큼, 메모리 인터페이스도 전부 다르게 설계돼야 하는데 삼성의 SDK는 이 맞춤형 설계를 빠르게 구현하는 핵심 도구가 되는 거죠.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커스텀 HBM 설계 인력을 기존 50명에서 3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에요.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커스텀 HBM 공급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어요.
시장의 흐름도 명확해요. 빅테크들이 자사 칩에 맞춰진 HBM 생태계를 한 번 구축하면 다른 파운드리로 쉽게 옮기기 어려운 ‘록인(Lock-in)’ 효과가 발생하죠. 삼성의 SDK가 사실상 업계 표준처럼 자리 잡는다면, 이것만으로도 커스텀 HBM 시장의 판을 크게 흔들 수 있는 셈이에요.
범용 HBM 방식만으로는 AI 반도체 주변의 물리적 공간이 부족해 메모리 배치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에요. 삼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BM 베이스다이 자체를 일종의 컨트롤러로 바꾸고 있어요. 외부 메모리나 네트워크 장치와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HBM은 단순한 저장 장치가 아니라 AI 컴퓨팅의 통신 허브로 진화하는 셈이에요.
하드웨어에 이어 소프트웨어까지 손에 쥔 삼성의 행보는 단순한 영역 확장이 아니에요. 메모리, 파운드리,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는 ‘풀스택’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지형도도 조금씩 달라질 거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가 HBM3E로 앞서가는 가운데 삼성이 HBM4에서 소프트웨어라는 새 무기로 반격에 나선 그림, 이 대결 구도만으로도 하반기 반도체 시장은 꽤 흥미로워질 전망이에요.
- 원문: 서울경제 — 삼성전자, ‘HBM 소프트웨어’도 갖췄다… ‘커스텀 HBM’ 정조준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5-24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