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분사론’, 성과급 12배 격차가 불렀네요

600%와 50% — 같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안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이에 이만큼의 성과급 격차가 실제로 벌어졌다. 연봉 1억 원 기준으로 메모리 사업부는 최대 6억 원을 손에 쥐는데, 시스템LSI·파운드리는 1억6천만 원 선에 그친다. DX(가전·모바일) 부문은 600만 원어치 자사주가 전부다. 숫자가 이 정도로 찢어지면 조직이 흔들리는 건 시간문제거든요.

지난 20일, 삼성전자 노사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 아래 극적으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핵심은 DS(반도체) 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 자사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파업을 막은 ‘승리’였지만, 사내에선 정반대 반응이 터져 나왔다.

합의안이 구체적인 부문별 성과급 수치를 드러내자, 삼성전자 내부는 문자 그대로 ‘노노 갈등’에 휩싸였다. 비메모리 사업부 조합원들은 노조 게시판에 “DS 내 적자 사업부인 ‘르팡(시스템LSI·파운드리 약칭)’은 버리는 카드냐”며 “노조가 본인 손으로 우리를 잘라냈다”는 분노를 쏟아냈다. 반면 메모리 사업부 일각에서는 “적자 사업부에 대규모 성과급을 보장하는 게 경영 논리에 맞느냐”는 냉소가 나왔다.

이 갈등의 여파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조직 이탈과 세력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7만6천 명에 달했던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 명으로 줄었고, DX 중심의 ‘동행노조’는 이달 초 2,300명에서 21일 기준 1만3천여 명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DX 부문 직원들이 기존 노조를 대거 이탈해 새 조직으로 옮겨간 셈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노조 소통방에 “DX 솔직히 못해먹겠다”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만은 더 거세졌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성과급 갈등이 삼성 파운드리 분사론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복합기업 할인이 해소되면 주가가 최대 1.4배 상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파운드리 적자가 삼성전자 기업가치를 갉아먹고 있다”며 “분사 시나리오가 단순한 투자자 아이디어에서 실제 경영진 검토 의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같은 날 칩렛 기반의 ‘피지컬 AI 반도체’ 플랫폼을 2027년 목표로 파운드리 사업에서 추진한다는 청사진도 함께 내놨다. 파운드리 사업을 접지 않고 기술 차별화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이미 리벨리온의 2세대 AI칩 ‘리벨 100’ 양산도 올 하반기로 잡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분사든 재도약이든, 지금 삼성 파운드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성과급 한 장이 촉발한 내부 갈등이 오히려 파운드리 사업의 방향성을 가속하는 역설적인 국면이다. 이재용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하반기 리벨 100 양산이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