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가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주 내놓은 이 한 문장이 8일 한국 증시를 뒤흔들었어요. 삼성전자가 2분기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잠정실적을 발표한 바로 그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나란히 6% 넘게 급락했습니다. 삼성전자는 6.92% 내린 29만 6000원, SK하이닉스는 6.06% 하락한 220만 1000원에 마감했어요.
역설적이죠.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29.31%, 영업이익 1810.26% 증가라는 기록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어요. 분기 영업이익 90조 원에 육박하는 수익성은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인데도 말이죠. 하반기 메모리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가격 상승 ‘폭’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일반 D램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낸드플래시는 10~15% 오를 전망입니다. 1분기에 D램이 90~95%, 2분기에 58~63%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속도가 눈에 띄게 꺾이는 거죠. 가격이 계속 오르긴 오르지만, 더 이상 폭발적으로 뛰지는 않는다는 신호예요.
모건스탠리의 경고가 특히 무게감을 갖는 건 과거 트랙레코드 때문입니다. 2021년 8월 “Memory, Winter is Coming(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보고서로 D램 가격 상승세 둔화를 경고했고, 이후 실제 메모리 다운사이클이 현실화되면서 그 보고서는 업황 전환을 상징하는 사례로 남았어요. 다만 2024년 9월에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대폭 낮췄다가 AI 메모리 수요가 이어지면서 단기 오판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관건은 빅테크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은 결국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기대고 있어요. 이달 말부터 알파벳(22일), 메타·마이크로소프트(29일), 아마존(30일)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서, 이들이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대로 유지한다고 밝히는지가 최대 분수령입니다. 알파벳은 구글 클라우드와 자체 AI 인프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AI 수요, 메타는 AI 인프라와 슈퍼컴퓨팅 투자, 아마존은 AWS 성장률과 서버 투자 계획이 각각 관전 포인트예요.
업계 관계자는 “HBM과 서버용 D램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지만 PC와 모바일용 메모리는 가격 인상에 대한 고객사 저항이 커지는 구간에 들어섰다”며 “하반기 업황은 AI 서버용 제품의 가격 협상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와 범용 제품 고객사의 재고 축적이 계속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진단했어요.
모건스탠리의 이번 경고를 ‘겨울이 온다 2.0’으로 볼지, 아니면 2024년처럼 또 한 번의 오판으로 기록될지는 결국 엔비디아·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지갑이 열려 있느냐에 달려 있어요. AI 붐이 식지 않는다면 HBM 수요는 계속될 테고, 그렇다면 이번 주가 급락은 오히려 ‘싸게 살 기회’가 될 수도 있겠죠. 반대로 빅테크들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투자 속도 조절을 시사한다면, 그때는 진짜 겨울 준비를 시작해야 할 거예요. 이달 말 빅테크 실적 시즌이 반도체주 향방을 가를 가장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 원문: 블로터 — [반도체 인사이드] 호황 흔드는 피크아웃론…빅테크에 쏠리는 눈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7-09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