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삼성 시총 93%까지 추격…역전 초읽기

5월 28일 오후 3시 30분, 한국거래소의 장 마감 종이 울렸다. SK하이닉스는 2% 상승, 삼성전자는 2.4% 하락. 별거 아닌 하루 등락처럼 보이지만, 이 숫자가 말하는 얘기는 좀 다르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이제 삼성전자의 93%까지 도달한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40%대에 머물던 격차가 이제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연합뉴스와 아이뉴스24 등이 28일 전한 바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의 압도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주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 플랫폼에 SK하이닉스의 HBM4가 사실상 독점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외국인 매수세를 끌어모으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4 양산에서 아직 엔비디아 퀄(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발표된 SK하이닉스의 1조 달러 시총 돌파(약 1,560조원)가 갖는 상징성도 시장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HBM 투톱 전략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SK하이닉스와의 시총 역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양성(파운드리·스마트폰·가전)을 고려하면 시총 역전이 곧바로 ‘반도체 왕좌 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추격의 배경에는 AI 반도체가 메모리 시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D램·낸드 양대 축에서 삼성전자의 물량 우위가 통했지만, HBM은 ‘맞춤형·고부가’ 시장이라 선행 기술력과 고객사와의 협업 관계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는 SK하이닉스가 현재까지 판정승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HBM4 퀄 통과와 함께 하반기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 관측이지만, 그 사이 격차가 어디까지 벌어질지가 더 큰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