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밤, 월가의 IPO 분석가들이 스페이스X의 S-1 서류를 넘기다 한 대목에서 손을 멈췄다. 200쪽 넘는 분량의 위험 요소(Risk Factors) 섹션에 “Grok의 ‘스파이시(Spicy) 모드’가 논란을 일으켜 회사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장이 버젓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AI 챗봇의 필터 해제 옵션이 로켓 회사의 상장 서류에 등장한 것은 월가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와이어드(WIRED)가 5월 21일 보도한 이 대목은 스페이스X와 xAI의 실타래처럼 얽힌 재무 관계를 들여다보는 출발점이었다. 가디언은 IPO 투자자 대상 피치덱을 입수해 5가지 이례적 대목을 짚었는데, 그중에는 “화성 식민지 건설”이 정식 사업 목표로 기재된 점, 그리고 xAI의 그록(Grok)이 스페이스X의 자산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 포함됐다.
마켓워치가 5월 21일 보도한 분석은 더 날카롭다. S-1 재무제표를 추적한 결과, xAI가 지난 2년간 스페이스X로부터 약 38억 달러(약 5조 원)를 내부 대출 및 서비스 계약 형태로 흡수했으며, 수익으로 돌아온 금액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연간 매출 약 150억 달러 중 4분의 1 이상이 머스크의 다른 회사로 흘러간 셈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S-1에 나타난 머스크 6개 회사의 복잡한 거래망을 “미로 같은 이해상충”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록의 스파이시 모드는 지난 4월 출시 이후 욕설·정치적 발언·논란성 응답을 여과 없이 내놓으면서 브랜드 안전을 중시하는 광고주 커뮤니티에서 반발을 샀다. 스페이스X는 IPO 서류에서 “Grok의 응답이 규제당국의 제재를 초래하거나 정부 계약 입찰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스페이스X의 전체 매출 중 NASA·국방부 등 정부 계약 비중이 약 60%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우려는 근거가 있다.
CNBC는 스페이스X와 오픈AI의 동시 IPO 추진이 시장 과열 신호일 수 있다는 애널리스트들의 경고를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한 관계자는 “구조적 이해상충을 가진 창업자가 통제하는 회사가 사상 최대 규모 IPO에 나서는 구도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액시오스는 스페이스X의 주가매출비율(PSR)이 100배를 넘어서며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스페이스X가 거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했다.
이번 S-1 공개로 드러난 머스크 생태계의 내부거래 규모는 투자자들이 로드쇼에서 가장 집요하게 파고들 질문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IPO가 성사되더라도 ‘머스크 디스카운트’라는 새로운 밸류에이션 변수가 생성될 가능성이 크다. 개별 회사가 아니라 한 인물을 중심으로 얽힌 6개 회사의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원문: WIRED — SpaceX Listed Grok’s ‘Spicy’ Mode as a Risk in Its IPO Filing
- 보조 출처: MarketWatch — Elon Musk’s xAI is draining SpaceX’s cash, with little to show for it, The Guardian — Mars colony and Grok warnings: five strange details in SpaceX’s pitch to investors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5-23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