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뉴욕 증시에서 인텔과 AMD, ARM 주가가 나란히 뛰었습니다. 반도체 주가가 오르는 장면 자체는 낯설지 않지만, 이날 상승을 이끈 이유는 조금 달랐어요. 시장의 시선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반도체로 옮겨간 하루였거든요.

GPU 다음 차례는 CPU와 메모리라는 분석
KB증권은 25일, AI 인프라 투자의 중심축이 GPU에서 CPU와 메모리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뉴욕 증시에서 인텔, AMD, ARM 등의 주가가 급등한 배경으로 AI 인프라 투자 범위가 GPU를 넘어 CPU와 메모리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꼽았어요.
이유는 AI 에이전트에 있습니다. 기존 생성형 AI가 질문 하나에 답 하나를 내놓는 방식이었다면, AI 에이전트는 여러 단계의 작업을 연속해서 수행합니다. 추론 연산이 더 자주, 더 길게 돌아간다는 뜻이죠. 김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DDR5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까지 AI 데이터센터 전반의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구조도 맞물려 있습니다. 서버용 CPU 출하량이 늘면 고용량 DDR5 서버 D램 수요가 따라 커지고, GPU와 AI 가속기가 늘면 HBM 수요가 함께 올라갑니다. 지금까지 AI 메모리 수요가 HBM 한 축에 몰려 있었다면, 앞으로는 연산을 받쳐주는 서버 D램과 데이터를 쌓아두는 eSSD까지 함께 움직이는 구도가 되는 셈이에요. 한쪽이 다른 쪽을 밀어 올리는 구조라, 수요가 특정 제품에만 쏠리지 않고 넓게 퍼질 수 있다는 게 이 분석의 요지입니다.
이번 분석이 나온 시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서비스로 배포되기 시작하면서 추론 트래픽이 빠르게 늘었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다음 증설 계획을 다시 짜는 구간이기 때문이에요. 이때 어느 부품이 병목으로 남느냐가 투자 순서를 바꿀 수 있다는 게 KB증권 진단의 핵심입니다.
심장과 두뇌, 그리고 혈관
김 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를 인체에 빗댔습니다. GPU가 심장, CPU가 두뇌, 전력이 산소라면 메모리는 데이터를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혈관이라는 설명입니다. 모델 규모와 추론 작업이 늘어날수록 데이터 이동량도 함께 늘어나니, 메모리의 성능과 효율이 시스템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논리예요.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 수익화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하이퍼스케일러의 인프라 투자도 길어지고, 메모리 수요를 내다볼 수 있는 시야도 넓어진다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투자 사이클이 짧게 끊기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인 거죠.
숫자도 이 흐름을 받쳐줍니다. AMD는 미국 반도체 기업 가운데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이크론에 이어 네 번째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김 본부장은 이를 AI 인프라의 병목이 GPU에서 다른 부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에이전틱 AI 환경에서는 초당 1000토큰 수준의 처리 성능이 요구되는 만큼, 연산 속도만큼이나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공급하느냐가 관건이 된다는 진단입니다.
zHBM이 가리키는 방향
삼성전자는 이미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GPU 상단에 메모리를 적층하는 차세대 HBM 기술인 zHBM을 개발 중이고, 2027년 말 샘플 공급이 예상된다고 김 본부장은 전했습니다. 메모리를 저장장치가 아니라 AI 연산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로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있다는 대목입니다.
업계에서는 GPU 중심으로 짜여 있던 AI 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CPU와 저장장치로 퍼지면,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과 기업가치에 새로운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B증권의 시각도 같은 방향입니다. 반도체 업종을 보는 잣대가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서 ‘AI 시스템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로 옮겨가는 중이라는 해석이죠.
이번 변화는 메모리 업체가 부품 공급자에서 AI 인프라의 성능 결정자로 자리를 옮기는 신호로 읽혀요. 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순한 D램 판매 회사가 아니라 AI 연산 경로에 반드시 필요한 회사로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거든요. 다만 이 흐름이 실적으로 확인되려면 실제 주문이 필요합니다. 서버용 CPU 출하량이 늘고 DDR5와 eSSD 채택이 넓어지는지, 그리고 삼성의 zHBM이 2027년 말 예고대로 샘플 단계에 도착하는지가 첫 번째 확인 지점이 될 것 같습니다.
- 원문: 전자신문 — AI 투자축 GPU서 CPU·메모리로 확장…판 뒤집힌다 “삼전닉스 가치 재평가”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9-25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