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은 끝났고, 이제 ‘만드는 일’이 남았어요
자율주행 버스가 시험 운행 딱지를 떼는 데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서울시와 현대차·기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10월 1일 서울시청에서 손을 맞잡은 배경에는 이제 막 도로 실증을 넘어선 단계라는 판단이 깔려 있어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얹을 차량과 운영 체계를 대량으로 갖춰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거든요. 서울시가 2030년까지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를 정규 노선에 투입하기로 한 건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대중교통 체계 자체를 다시 짜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세 기관이 체결한 것은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이에요. 협약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사장),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참석했고, 협약 기간은 체결일로부터 3년입니다.
레벨4는 정해진 운행 구역과 조건 안에서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고도 자율주행 단계를 말해요. 자율주행 등급은 0단계부터 5단계까지 있는데, 4단계부터는 운전자가 없어도 되는 영역에 들어갑니다. 시내버스가 이 단계로 넘어간다는 건 비 오는 출근길에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갑자기 튀어나온 보행자를 피하는 일까지 차가 알아서 해내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차량 자체가 ‘운전자의 손발’을 대신할 수 있게 설계되는 게 관건이에요.
일정은 단계별로 잡혀 있습니다. 2027~2028년에는 자율주행 전용버스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AI 학습 데이터 공유와 시민 대상 서비스 실증을 추진해요. 자율주행차 성능인증 등 상용화에 필요한 절차도 이때 밟아요. 이어 2029년부터 도입과 운행 체계를 본격적으로 갖추고, 2030년까지 노후 버스 대폐차와 연계해 총 500대를 넣기로 했습니다. 각 단계마다 차량 성능과 운행 안전성을 확인하면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에요.
현대차·기아의 몫은 차를 만드는 일이에요. 길이 11m 자율주행 전용 버스를 개발·제작·공급하고 유지관리까지 맡습니다. 조향과 제동, 문 개폐, 공조를 전자 신호로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핵심 부품을 이중화하며 사이버 보안 요소도 갖춰요. 센서 구성을 표준화한 플랫폼형 차체로 공급해 자율주행 개발사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도록 돕고, 전용 관제 플랫폼도 구축해 실증사업에 투입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미 다음 단계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눈여겨봅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서울시 ‘자율주행차 운송플랫폼 민간사업자’ 공모에 선정됐어요. 자체 모빌리티 플랫폼인 ‘셔클’을 통해 강남과 상암에서 시범운영 중인 자율주행 택시와 새벽동행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소속 운수사가 정규 시내버스를 자율주행 버스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고, 시험운전자와 관제요원, 차고지와 충전시설 같은 인력·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데 협력해요.
기술 표준화도 이번 협약의 숨은 축입니다. 세 기관은 라이다와 영상 센서의 구성·설치 기준을 표준화하고, 도로에서 마주치는 예외 상황과 실제 운행 데이터를 축적하기로 했어요.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이 표준 데이터를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이 기술 개발과 검증에 활용할 수 있게 개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합니다.
“자동차가 바뀌면 도로가 바뀌고, 주차장이 바뀌고, 건축과 공간구조가 바뀐다”
오세훈 시장이 협약 당일 페이스북에 남긴 문장이에요. 그는 자율주행 시내버스 도입을 ‘도시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전환’이라고 표현하면서, 운전에서 자유로워지면 어르신과 장애인의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운수업을 비롯한 노동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번 변화는 국내 자율주행 경쟁의 무게추가 ‘기술을 증명하는 단계’에서 ‘운영 표준을 쥐는 단계’로 옮겨가는 신호로 읽혀요. 차량과 데이터, 관제 체계를 누가 표준으로 삼느냐가 2029년 이후 시장의 판도를 가를 가능성이 크거든요. 서울에서 검증한 모델을 다른 도시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 현실이 되면 국내 자율주행 기업에 돌아가는 실증의 무대는 한층 넓어지는 셈입니다. 남은 관건은 안전성 인증과 운영 인력 확보이고, 2027년 전용버스 개발이 그 첫 관문이 되겠죠.
원문: 연합뉴스 — 서울시, 2030년까지 자율주행 버스 500대 도입…현대차와 맞손
보조 출처: 전자신문 — 현대차·기아, 서울시와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산업 생태계 구축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1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