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6개 도시에서 무인 로보택시를 38만 마일 넘게 운행했고, 주목할 만한 사고는 0건이다.” 지난 7월 22일 테슬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부문 부사장 아쇼크 엘루스와미가 한 말이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무인 주행 중인 테슬라 로보택시가 텍사스 오스틴 거리에서 볼라드(차량 진입 차단 말뚝)를 들이받고도 주행을 이어가는 영상이 공개됐다.
안전 요원 없는 차가 볼라드를 그대로
영상은 17일(현지시간) 레딧 자율주행 커뮤니티 r/SelfDrivingCars에 올라왔다. 테슬라의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이용자가 조수석에서 촬영한 것이다. 차량은 오스틴의 한 교차로에서 통행이 막힌 차로를 보호하던 플라스틱 볼라드를 향해 멈췄다가, 앞으로 살짝 나갔다 후진하고, 다시 멈춘 뒤 그대로 밀고 지나갔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고, 다친 사람도 없었다. 현지 누리꾼들은 영상 속 건물을 단서로 해당 지점을 구글 지도에서 특정했고, 이 볼라드가 최소 2024년 2월부터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문제는 ‘인지’가 아니라 ‘판단’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이번 사고의 본질이 센서의 인지 실패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실패라고 짚었다. 차량은 볼라드를 분명히 감지했고 여러 차례 멈추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스스로 우회하지 못하고 결국 장애물을 통과하는 쪽을 택했다. 테슬라는 웨이모처럼 정밀한 사전 지도에 의존하지 않고 도로 구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방식을 쓰는데, 우회전 차로로 잘못 진입한 뒤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한 정황이다. 테슬라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원격 지원 인력을 두고 있지만, 영상만으로는 이번에 원격 개입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일렉트렉은 지난 7월 원격 조작자가 로보택시를 막다른 골목에서 빼내려다 휴스턴에서 나무 그루터기에 충돌시킨 사례도 있었다고 짚었다.
38만 마일 ‘무결점’ 주장과 웨이모의 간극
엘루스와미는 실적 발표에서 로보택시의 안전 기록을 “무결점(impeccable)”이라고 표현하며 “6개 도시, 2개 주에서 무인 주행 38만 마일, 주목할 만한 사고 0건”이라고 밝혔다. 일렉트렉은 이 숫자를 웨이모와 비교했다. 웨이모는 무인 주행 2억2000만 마일 이상, 주당 약 50만 건의 유료 운행을 기록 중이다. 테슬라의 누적 무인 주행 거리는 웨이모의 0.2%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인 운행 차량도 6월 기준 14대에 불과해, 한때 25대에서 줄었다. 일렉트렉은 이렇게 작은 표본에서 나온 ‘무사고’는 안전의 증거가 아니라 표본 크기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테슬라가 현재까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한 자율주행 사고 보고는 22건이다.
이달 말 오스틴 사이버캡 출시 앞두고
테슬라는 이달 말 오스틴 거리에 전용 로보택시 ‘사이버캡'(핸들과 페달이 없는 2인승)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 차량은 모델Y이지만, 사이버캡에도 같은 소프트웨어가 쓰인다. 일렉트렉은 플라스틱 말뚝이라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같은 판단을 콘크리트 볼라드나 공사 구역, 사람이 있는 바리케이드 앞에서 내린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량이 플라스틱과 콘크리트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 자체가 지금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로보택시 안전 논쟁의 초점이 ‘총 주행거리’에서 ‘처리하지 못한 예외 상황의 질’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38만 마일 무사고라는 숫자는 표본이 작을 때의 결과일 뿐, 차량이 장애물을 인지하고도 그냥 통과하는 선택을 하는 순간 신뢰의 근거가 흔들립니다. 테슬라가 내세우는 해법은 ‘더 많은 주행 데이터’이지만,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그 차량이 처음 보는 상황에서 내리는 판단의 품질이라는 점을 이번 영상이 보여줍니다. 이달 말 사이버캡이 오스틴 도로에 실제로 풀리면, 같은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성숙했는지가 공개 도로에서 곧바로 검증될 것으로 보입니다.
- 원문: Electrek — Tesla ‘Robotaxi’ rams through bollards weeks after ‘impeccable’ claim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8-19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