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스페이스X에 22억 달러 베팅했대요

22억 달러, 1293만 주, 주당 140달러. 하버드대가 공개한 스페이스X 지분을 한 줄로 정리한 숫자들이다.

하버드 기금을 운용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분기 공시에서 스페이스X 지분 22억1000만 달러를 공개했다. 6월 30일 기준 1293만5100주 규모다. 스페이스X는 이번 공시에 담긴 HMC 보유 미국 주식 전체(약 43억 달러)의 절반을 웃도는 단일 종목으로 올라섰다.

이번 공시는 하버드 기금이 머스크의 로켓 회사에 일찍 베팅해 큰 수익을 봤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숫자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12일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모가 135달러로 상장하고 75억 달러를 조달했다. 주가는 상장 직후 사상 최고가 약 22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인프라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로 후퇴해 14일 기준 14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현재 시가총액은 1조8000억 달러를 웃돈다.

스페이스X의 실적은 하버드의 베팅을 뒷받침한다. 회사는 2분기 매출 78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고, AI·스타십 운영에 158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머스크는 투자자들에게 데이터센터 용량을 현재 2기가와트에서 최대 10기가와트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1억 달러 이상 미국 주식을 굴리는 운용사는 분기 종료 후 45일 안에 13F 공시를 내야 하므로, 이번 공시는 상장 이후 하버드가 스페이스X 보유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HMC의 공시 포트폴리오는 전 분기 대비 약 135% 늘어난 42억6000만 달러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버드 기금 전체 규모는 2025년 6월 기준 570억 달러다. HMC의 두 번째로 큰 보유 종목은 약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TSMC로, 스페이스X 지분이 그 여섯 배가 넘는다. 공시에는 하버드가 스페이스X 주식을 언제, 얼마에 샀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스페이스X가 상장 전까지 비상장 회사였기 때문에 이번 분기 공시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스페이스X의 IPO 수혜는 하버드에 그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대(UC) 투자 부문은 이번 주 공시에서 약 10억 달러 규모의 스페이스X 지분을 보고했고, 노스캐롤라이나대(UNC)와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WashU)도 수혜를 입은 대학 기금으로 거론됐다. 월셔 트러스트의 집계에 따르면 5억 달러 이상 자산을 굴리는 대학 기금은 지난 6월로 끝난 회계연도에 수수료 차감 전 기준 중앙값 18.9%의 수익률을 냈다. 스페이스X에 일찍 투자한 벤처캐피털이 그 상승분을 기금으로 되돌려 준 셈이다.

이번 공개는 머스크와 하버드의 앙금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머스크는 2023년 12월 당시 하버드 총장 클로딘 게이가 캠퍼스 반유대주의 관련 청문회에서 논란에 휩싸였을 때 “하버드 예산을 끊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하버드 디펀딩을 공개 요구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2년 반 만에 하버드 기금이 머스크 회사의 최대급 기관 보유자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하버드의 이번 베팅은 아이비리그 기금 운용의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전통적으로 사모펀드·부동산·헤지펀드에 분산해 온 대학 기금이, 상장 직후 변동성이 큰 우주·AI 기업 단일 종목에 공시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노출했다는 사실은 스페이스X가 이제 헤지펀드의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관전 포인트는 하버드가 이 지분을 언제까지 들고 있을지입니다. 주가가 225달러에서 140달러로 38%가량 빠진 상황에서도 팔지 않고 공시했다는 점은, 단기 차익보다 머스크의 AI·스타십 성장 서사에 장기 베팅하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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