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방치된 로켓, 5일 달에 27m 구덩이 파네요

2025년 1월 15일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일본 우주기업 ispace의 달 착륙선 RESILIENCE를 싣고 화염을 뿜으며 솟아올랐다. 1단 부스터는 지구로 귀환했지만, 2단 로켓은 페이로드를 사출한 뒤 지구 궤도를 벗어나 통제를 잃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19개월이 흐른 지금, 그 13.8미터짜리 금속 덩어리가 시속 9,300km로 달을 향해 돌진 중이다. 충돌 예정 시각은 2026년 8월 5일 오전 6시 35분(UTC). 위치는 달 앞면의 아인슈타인 크레이터 인근이다.

언뜻 보면 우주쓰레기 하나가 달에 부딪히는 단순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충돌은 단순하지 않다.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와 NASA 에임스 연구센터가 이번 주 발표한 공동 분석에 따르면, 충돌로 생성될 분진 기둥(debris plume)이 지구에서 관측 가능한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충돌 자체는 달의 태양광이 비치는 면에서 일어나 망원경으로도 포착하기 어렵지만, 충돌 직후 수직으로 솟아오를 먼지 구름은 지상 관측소의 망원경으로 식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충돌의 물리적 규모도 예사롭지 않다. 13.8미터 길이의 팰컨9 2단 로켓은 약 4톤의 질량을 지닌 채 달 표면과 충돌해 직경 약 27미터(89피트) 의 신선한 크레이터를 만들 전망이다. 이 정도면 테니스 코트 절반 크기의 구덩이가 달에 새겨지는 셈이다. 충돌 속도는 초속 2.58km로, 이는 소총 탄환의 약 3배에 달하는 운동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한다.

이번 충돌이 과학계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의도하지 않은 실험’이라는 점이다.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달 표면 충돌 실험을 설계해 왔지만, 이처럼 대형 인공물의 자연 충돌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기회는 극히 드물다. LANL 연구팀은 충돌 분진의 확산 패턴과 지속 시간을 분석해 달 표토(regolith)의 물리적 특성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쓰레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우주(deep space) 쓰레기 관리의 공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지적한다. 지구 저궤도(LEO)의 우주쓰레기 문제는 국제적 규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달 궤도 너머의 폐기 로켓 단계에 대한 관리 규정은 사실상 전무하다. NASA가 2030년까지 유인 달 기지 건설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통제 불능의 로켓 잔해가 달 표면과 충돌하는 사례는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충돌이 향후 심우주 미션의 ‘폐기 계획(end-of-life plan)’ 요건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현재 FAA는 발사 허가 과정에서 지구 궤도 내 잔해물 처리 계획만을 요구하고 있으며, 달 궤도 이탈 물체에 대한 규제는 공백 상태다.

팰컨9은 현재까지 약 700회 발사된 스페이스X의 주력 로켓이다. 이번에 달과 충돌하는 2단 로켓은 그중 단 하나의 사례이지만, 스페이스X가 스타십으로 대형 발사체 체제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심우주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스타십은 팰컨9보다 훨씬 큰 질량의 상단을 달 너머로 보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달에 인류의 흔적이 늘어나는 것을 우리는 흔히 ‘진보’라 부르지만, 이번 충돌은 그 진보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여줍니다. 2025년 1월 임무를 마친 로켓 한 대가 19개월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궤도를 떠돌다 달에 구멍을 낸다는 사실은, 우리가 우주로의 진출 속도에 비해 그 너머의 책임을 얼마나 가볍게 여겨왔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스가 달에 인간을 다시 세우기 전에, 달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지 않을 규칙부터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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