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People should do it anyway).” 2022년 초, 테슬라의 실적 발표 자리에서 당시 파워트레인·에너지 총괄 수석부사장이던 드류 바글리노가 가정용 히트펌프 계획을 설명하며 남긴 말이다. 4년이 지난 지금, 그는 그 말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 테슬라가 옵티머스 로봇과 로보택시로 방향을 튼 사이, 바글리노는 자신의 스타트업 ‘Sadi Thermal Machines’를 통해 가정용 히트펌프를 직접 개발 중이다.
16일 전기차 매체 일렉트렉이 보도한 이 스토리는, 테슬라의 전략적 선택이 남긴 공백을 한 개인이 메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바글리노는 테슬라에서 약 20년간 배터리·모터·전력전자장치 개발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다. Model Y에 탑재된 8방향 열관리 밸브 ‘옥토밸브’ 특허에도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이 시스템은 실내 냉난방·배터리·모터 열을 슈트케이스 하나에 통합한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바글리노가 2025년 6월 설립한 Sadi는 캘리포니아 스콧츠밸리에 기반을 두고 스텔스 모드로 운영 중이다. 사명은 열역학의 기초를 세운 프랑스 물리학자 사디 카르노에서 따왔다. 주거용 HVAC(냉난방)와 온수 급탕을 통합한 히트펌프가 첫 제품으로 알려졌다. 그가 앞서 창업한 솔리드 스테이트 변압기 스타트업 Heron Power는 지난 2월 1억4,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테슬라의 주거용 히트펌프 구상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공개적으로 논의됐으나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머스크는 로보택시와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전략을 전면 재편했고, “테슬라 미래 가치의 80%는 옵티머스에서 나올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로봇이나 자율주행과 직접 무관한 에너지 신제품은 약속만 남긴 채 실현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는 현재 또 다른 열관리 문제에 직면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 5만5,000명 이상의 소유주가 테슬라 차량 히트펌프 결함을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최대 피해 규모는 4억 달러로 추정되며, Model 3 소유주 1인이 부담한 수리비만 4,477달러에 달한다.
한편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은 이미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Differ Power는 인터솔라 유럽에서 냉난방·온수·태양광 인버터·배터리 관리·백업 전원을 하나로 통합한 ‘9-in-1’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삼성전자도 올해 1월 올인원 주거용 히트펌프를 내놨다. Sadi가 스텔스를 벗는 시점에 어느 정도 차별화된 기술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바글리노의 이번 행보는 테슬라가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기술이 오히려 핵심 인재의 독립을 통해 현실화되는 역설적 패턴을 보여줍니다. 옵티머스와 로보택시가 테슬라의 미래 가치를 견인하는 동안, 그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간 에너지 기술들은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과감한 우선순위 설정으로 AI·로봇에 집중하는 전략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그 선택이 남긴 기술적 사각지대에서 경쟁자가 자라나는 속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 원문: Electrek — Ex-Tesla exec builds the home heat pump Tesla gave up for robots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6-17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