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메모리가 AI 가속기와 물리적으로 분리돼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4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2026 기조연설에서 꺼내든 한마디다. 이 말과 함께 공개된 차세대 3D 메모리 ‘zHBM’은 HBM5 대비 최대 8배 빠른 성능에 전력 효율은 3배 높인 제품으로, AI 가속기 위에 HBM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 아키텍처를 세계 최초로 실물에 담아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삼성의 3D 메모리 전략은 “로드맵 발표 예정”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FMS에서 zHBM과 함께 공개된 400단 이상 V10 BV-NAND, 그리고 기존보다 집적도를 58% 끌어올린 zNAND-O 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이 그리고 있던 차세대 AI 메모리 청사진이 마침내 구체적인 제품으로 모습을 드러낸 거죠.
zHBM의 핵심은 물리적 거리 단축이다. 기존 HBM은 GPU 옆에 나란히 배치돼 실리콘 인터포저라는 중간 기판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았다. 이 구조 자체가 대역폭의 병목이었는데, 수직 적층으로 GPU 바로 위에서 데이터가 오가면 지연 시간이 대폭 줄고 전력 소모도 함께 낮아진다. 삼성은 이 기술을 ‘메모리-컴퓨트 융합 패러다임’이라고 명명하며, 단순한 HBM 진화가 아닌 근본적 설계 전환임을 강조했다.
같은 무대에서 SK하이닉스도 HBF(Hybrid Bonding Flash)라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두 회사가 접근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삼성은 GPU 위에 메모리를 쌓는 설계 혁신을, SK하이닉스는 웨이퍼 간 직접 접합이라는 공정 혁신을 각각 선택했다. 두 회사 모두 2028~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HBM에 이은 차세대 AI 메모리 주도권 경쟁은 이미 본격화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HBM 4세대까지는 SK하이닉스가 앞섰지만, zHBM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삼성이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기술로 판을 뒤집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파운드리·어드밴스드 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삼성의 종합 반도체 역량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GPU 위에 메모리를 적층하려면 로직 공정과 메모리 공정, 그리고 3D 패키징 기술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분업화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서는 삼성만의 독보적 강점이 될 수 있는 영역이거든요.
다만 수직 적층 구조에서 발생하는 발열 문제와 수율 확보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GPU와 HBM 모두 고발열 부품이라 열 관리가 관건인데, 삼성은 이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향후 별도로 공개할 것으로 예상돼요. 업계 관계자들은 “zHBM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가속기 고객사들의 로드맵에 실제 편입되기까지는 기술 검증과 신뢰성 테스트에 최소 1~2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번 FMS를 통해 한국 반도체 양강이 각자 다른 길을 택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삼성은 수직 적층이라는 설계 혁신으로,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이라는 공정 혁신으로 접근하고 있다. 두 길이 교차하는 2028년, AI 메모리 시장의 판도가 또 한 번 요동칠 거라는 신호로 읽혀요. 어쩌면 지금의 HBM 경쟁 구도가 3년 후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얘기죠.
- 원문: 전자신문 — 삼성전자, HBM5 대비 성능 최대 8배 ‘zHBM’ 공개
- 보조: 삼성전자 뉴스룸 — FMS 2026서 차세대 3D 메모리 비전 제시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8-05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