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릴리어네어 머스크 ‘돈은 곧 의미 없어져요’

“로봇과 AI가 모든 생산을 책임지는 세상에서 돈은 점점 덜 중요해질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초 트릴리어네어(자산 1조 달러 이상 보유자)로 등극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내놓은 이 발언이 실리콘밸리와 월가를 동시에 뒤흔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테슬라와 xAI의 중장기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머스크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가져올 ‘놀라운 풍요(amazing abundance)’ 시대를 정식으로 제시했다. 인류 최대 부호가 “돈의 의미 소멸”을 말하는 아이러니가 전 세계 미디어의 조명을 받은 이유다.

머스크가 이날 밝힌 구상의 핵심은 단순하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가 제조·물류·서비스 전반에 투입되고, xAI의 그록(Grok) AI가 지식 노동을 대체하면 인간은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해방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 상태를 “모든 사람을 위한 놀라운 풍요”라고 명명하며, 테슬라의 기업 미션을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 가속’에서 ‘지속 가능한 풍요의 실현’으로 확장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발언은 머스크가 2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꺼낸 ‘지속 가능한 풍요(sustainable abundance)’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그는 “AI와 로봇이 상품과 서비스의 한계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로부터 4개월 만에 SpaceX의 나스닥 상장으로 순자산 1조 1,000억 달러(약 1,500조 원)를 기록하며 자신의 이론을 몸소 증명하는 듯한 위치에 올랐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현재 기가 텍사스의 테라팹(Terafab)에서 연내 상업 생산을 목표로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WION은 “머스크가 로봇이 돈을 덜 중요하게 만드는 미래를 예측했다”고 보도했고, 인디아투데이는 “트릴리어네어가 된 머스크가 ‘모두를 위한 놀라운 풍요’라는 새 미션을 내걸었다”고 전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월 “AI 리더들이 대량 실직을 예상하며 정부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어, 머스크의 낙관론과 다른 AI 업계의 위기의식도 병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가에서는 머스크의 이 같은 담론 전환이 테슬라의 밸류에이션 재편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ARK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는 지난주 SpaceX가 529만 달러 규모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공시했고, JP모건은 최근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옵티머스의 상업화가 본격화되는 2027년 이후 테슬라의 매출 구조가 자동차 판매에서 로봇·AI 서비스로 급격히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 심리를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번 발언의 진짜 무게는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을 설계하는 주체가 다름 아닌 자본주의의 정점에 선 인물이라는 데 있습니다. 머스크가 제시한 풍요 담론은 단순한 기술 낙관론을 넘어, 현재의 경제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내포합니다. AI와 로봇이 생산수단을 장악할 때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재정의될 것인지, 그리고 그 전환기에 발생할 소득 격차와 사회적 마찰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흡수할 것인지 —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직 그 누구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옵티머스의 공장 출하가 본격화되는 2027년, 머스크의 말처럼 정말 ‘돈이 덜 중요해지는’ 세상이 시작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과대 선전으로 끝날지 — 그 시험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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