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세미, 2027년이면 운전자 없이 달리네요

지금까지 테슬라 세미의 자율주행은 ‘언젠가는 되겠지’ 수준의 막연한 약속이었다. 2022년 첫 인도 때부터 FSD가 탑재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고, 올봄에는 시험 차량에 FSD 하드웨어가 장착된 모습이 포착됐지만 구체적 일정은 없었다. 그런데 머스크가 마침내 시계를 꺼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테슬라 세미의 자율주행 시점을 묻는 질문에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이면 자율주행이 작동할 것”이라고 답했다. 곧이어 “트럭 운전사들은 안전하다”고 덧붙이며 자율주행 트럭이 당장 사람 일자리를 빼앗지는 않을 거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 발언의 무게감은 타이밍에 있다. 테슬라는 불과 나흘 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사이버캡·세미·메가팩의 생산 일정이 밀리고 있다고 시인했다. 당시 어닝콜에서 머스크는 “AI에 가능한 빨리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이버캡 양산은 2027년으로 미뤄졌다. 그런 와중에 세미 자율주행만은 같은 해를 목표로 제시한 셈이다.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운송 전문 매체 클린트러킹은 “생산 가속과 맞물린 2027년 론칭”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며 낙관적 전망을 실었다. 반면 일렉트렉의 프레드 램버트는 “머스크의 자율주행 마감일 기록을 보면 트럭 운전사들이 안심해도 될 것”이라며 특유의 비꼼을 섞었다. 실제로 머스크는 2019년 “내년이면 로보택시 100만 대”를 약속했고, 2020년에는 “FSD 완성까지 6개월”이라고 했다. 둘 다 틀렸다.

하지만 이번만은 분위기가 다르다. 사이버캡이 FSD 언박싱 이벤트를 통해 실제 도로 주행을 선보였고, 로보택시 플랫폼은 누적 38만 마일 이상의 무사고 자율주행 데이터를 쌓았다. 세미 역시 지난 5월 네바다에서 첫 치명적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약 2년간 실제 화물 운송 임무를 수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했다. FSD 기술이 승용차에서 검증된 뒤 트럭으로 확장되는 흐름은 기술적으로 합리적인 로드맵이다.

숫자로 보면 기회의 크기가 더 선명해진다. 북미 중형·대형 트럭 시장은 연간 약 300만 대 규모다. 여기에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미국에서만 약 8만 명 부족 추산)와 물류비 절감 압박이 겹치며 자율주행 트럭의 사업적 당위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테슬라 세미의 기본 가격이 25만 달러(약 3억 3천만 원)로 책정된 점을 감안하면, 자율주행 기능이 추가된 세미 한 대당 ASP(평균판매단가)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 트럭 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승용차에 이어 트럭 부문 ‘웨이모 비아’를 통해 텍사스 I-35 회랑에서 화물 운송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의 윈드로즈 역시 같은 구간에 전기 세미 10대를 투입할 예정이다. 머스크가 “트럭 운전사들은 안전하다”고 말한 이면에는 이 경쟁자들을 의식한 현실주의가 묻어난다.

결국 핵심은 ‘2027년’이라는 숫자가 지켜질 수 있느냐다. 사이버캡의 로보택시 서비스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상황에서, 동일한 FSD 스택을 공유하는 세미의 자율주행이 비슷한 시기에 따라붙는 건 기술적으로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오히려 지연될 경우 테슬라의 자율주행 전략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리스크로 보입니다. 트럭 운전사보다 월가 분석가들이 더 긴장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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