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일대. 태국 교통부 차관 일행이 카카오T로 자율주행차를 호출해 호출부터 탑승까지 전 과정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시승을 마친 시리퐁 앙카사쿨키앗 태국 교통부 차관은 “5점 만점에 5점을 줄 만큼 매우 훌륭했다”고 평가했어요. 그런데 비슷한 시점에 나온 숫자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합쳐도 1,400만km, 웨이모 23분의 1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대한교통학회 학술발표대회에서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 자료에 그 답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오토노머스A2Z, 라이드플럭스 등 국내 자율주행 개발업체의 실적을 모두 합쳐도 누적 주행거리는 1,400만km였습니다.
비교 대상은 세계 자율주행 선두권입니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3억2,000만km, 중국 바이두는 1억9,000만km를 달렸습니다. 한국은 웨이모의 4.4%, 바이두의 7.4% 수준이죠. 뒤집어 보면 웨이모는 23배, 바이두는 14배를 더 달린 셈입니다.
차량 대수 차이도 큽니다. 웨이모가 약 3,800대, 바이두가 1,100대가량 운행 중인 데 비해 국내는 모든 업체를 합쳐도 200대가 채 되지 않습니다. 운행 도시도 웨이모는 11개, 바이두는 27개인 반면 국내는 아직 부분적 시험 운행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주행거리가 성적표인 이유
자율주행은 문제집을 얼마나 많이 풀었느냐가 성적을 가르는 시험과 비슷합니다. 도로에서 마주치는 돌발 상황을 많이 겪고 데이터로 쌓아둘수록 판단이 정교해지는데, 국내는 그 문제집 자체가 얇은 셈이죠. 누적 주행거리뿐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환경에서 달렸는지도 완성도를 좌우합니다.
해외 기업의 국내 진입도 시작됐습니다. 공단에 따르면 중국 포니AI는 지난해 8월 국내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워 서울 강남에서 자율주행차 10대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웨이모도 지난 7월 한국 진출을 위해 ‘웨이모코리아’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정부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광주 전역을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지정하고 총 560억원을 투입해 자율주행차 200대를 넣기로 했습니다. 업체 협약과 지역 실증 인프라 구축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시내 운행을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광주를 넘어 2~4개 도시를 더 선정해 자율주행차 3,000대를 투입하겠다는 방침도 나왔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 데이터의 양과 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앞으로 남은 1~2년이 자율주행 산업 육성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외가 배우러 오는 나라의 민낯
이게 우리에게 뭐가 의미 있냐면요. 태국과 체코 교통 당국이 강남 도심 서비스를 배우러 왔고, 카카오모빌리티는 해외에서 한국의 플랫폼 환경과 자율주행 서비스 적용 사례에 관심이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서비스 설계와 운영 경험은 이미 수출할 만한 단계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자율주행의 승부는 서비스 기획이 아니라 데이터 규모에서 갈립니다. 운영 노하우가 앞서 있어도 학습 재료가 얇으면 기술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는 구조죠.
이번 격차는 자율주행이 기술 자랑 단계에서 데이터 규모의 싸움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신호로 읽혀요. 한국 입장에서는 규제 정비 속도보다 실제로 달린 거리를 얼마나 빨리 쌓느냐가 관건이고, 그래서 실증 도시 확대가 곧 산업 경쟁력이 됩니다. 해외 기업이 국내 도로 데이터를 먼저 쌓기 시작하면 그 격차는 더 좁히기 어려워지는 만큼,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경고로도 들립니다.
다음 확인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오는 11월 광주 실증도시의 본격 시내 운행이 예정대로 시작되는지, 내년 추가 도시 선정과 3,000대 투입 계획이 속도를 내는지, 그리고 웨이모코리아가 국내 실증에 어느 시점에 나서는지예요. 남은 1~2년이 골든타임이라는 정부 평가가 실제 예산과 인프라로 뒷받침되는지가 이 격차를 줄일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 원문: 중앙일보 — 국내 자율주행 달린 거리 다 합쳐도…美 웨이모 4% 불과했다
- 보조 출처: 연합뉴스 — 강남 도심 달리는 카모 자율주행차…해외서 벤치마킹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9-20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