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밤,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SK하이닉스 발표 세션 직전, 복도에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샌디스크 엔지니어들과 SK하이닉스 연구원들이 마지막 슬라이드를 함께 검토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던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이런 협업 장면이 연출될 때는 으레 큰 발표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리고 몇 분 뒤 무대 위에서 공개된 건 HBF(High Bandwidth Flash) 라는 새로운 메모리 표준이었다. SK하이닉스가 샌디스크와 함께 세계 최초로 제안한 차세대 AI 스토리지 규격이다.
HBF는 말 그대로 ‘고대역폭 플래시’다. 기존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AI 연산 중간중간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는 ‘작업대’ 역할이라면, HBF는 AI 모델이 다루는 방대한 학습·추론 데이터를 저장하면서도 HBM에 버금가는 속도로 읽고 쓰는 ‘초고속 창고’인 셈이에요. AI 추론이 점점 더 길고 복잡한 컨텍스트를 다루게 되면서, 이 ‘창고’의 읽기 속도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었는데 SK하이닉스가 그 문을 먼저 연 거죠.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또 하나의 기록도 함께 내놓았다. 세계 최초 375단 낸드플래시다. 1년 전 업계가 300단을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375단을 제시했다는 건, 적층 기술에서의 초격차를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가 한계에 다다른 지금, 수직으로 더 높이 쌓는 기술이 곧 경쟁력이거든요.
업계 반응은 빠르다. 메모리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F는 HBM 이후 AI 메모리 시장의 다음 성장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쌓아온 기술력과 납품 신뢰도가 HBF 표준화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발표가 주목받는 건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시장은 지금 ‘메모리 병목 해소’가 가장 큰 화두예요. GPU 성능은 계속 올라가는데 데이터를 공급하는 메모리 대역폭이 못 따라가는 ‘메모리 월’ 문제. HBM이 이 격차를 일부 해소해 줬다면, HBF는 남은 간극을 플래시 기반으로 메우겠다는 전략인 거죠.
이게 단순히 SK하이닉스 한 회사의 기술력 얘기만은 아니에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 AI 인프라의 ‘메모리 표준’을 계속해서 정의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거든요. 다만 중국 CXMT가 LPDDR6 양산을 앞두는 등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은 지켜봐야 할 변수예요. SK하이닉스가 HBM에 이어 HBF까지 표준 주도권을 잡으려면 양산 로드맵을 얼마나 빨리 구체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거예요.
- 원문: 글로벌이코노믹 — SK하이닉스, 차세대 스토리지 HBF 표준 규격 공개…375단 낸드도 첫 선
- 아주경제 — SK하이닉스, HBF 규격 첫 공개… 세계 최초 375단 낸드도 선보여
- 데일리안 — SK하이닉스·샌디스크, HBF 첫 표준 공개…AI 메모리 병목 푼다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8-04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