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값 내년 121% 급등, 8단으로 갈아타나

121%. 2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내놓은 2027년 고대역폭메모리(HBM) 평균판매가격 전망치입니다. 제품별 판매 비중을 반영한 블렌디드(Blended) ASP 기준으로 올해보다 두 배 넘게 오른다는 계산이거든요. 근거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입니다.

HBM 적층 구조 단면도
이미지: HBM 적층 구조 단면도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값이 오르는 건 수요보다 공급 때문

트렌드포스는 HBM4(6세대) 비중 확대와 지속적인 공급 제약을 이유로 2027년 HBM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AI 서버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HBM과 범용 D램이 첨단공정과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고 서로 자리를 다투면서, 내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본 겁니다.

짚어둘 대목이 있습니다.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올 수 있는 물량은 정해져 있는데, 그 안에서 고부가 제품인 HBM이 차지하는 몫이 커지면 나머지 제품의 공급도 함께 팍팍해져요. 값이 오르는 이유가 잘 팔려서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8단으로 갈아타는 셈법

가격이 오르면 사는 쪽도 계산을 고칩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주문형반도체(ASIC) 제조업체들은 HBM 공급 제한과 시스템 구축 비용 상승을 견디지 못해 칩당 HBM 탑재 용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12단 제품보다 원가가 낮은 8단 제품을 우선 적용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립니다.

HBM은 D램을 층층이 쌓아 데이터가 지나가는 길을 넓힌 메모리입니다. 층이 높을수록 차선이 넓어지지만 만들기가 어렵고 값도 비싸죠. 문제는 층수를 줄여도 아래를 받치는 베이스 다이 값은 그대로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8단 제품의 기가비트(Gb)당 생산원가는 오히려 12단보다 높고, 2027년 8단 HBM의 Gb당 판매가격은 12단 제품보다 약 10~20% 높게 형성될 전망입니다.

“HBM의 공급 가능 물량과 비용 상승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더 많은 GPU·ASIC 제조업체가 8단 제품 도입을 검토하고, 실제 적용 비중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

가격표가 아니라 원가표가 바뀐다

한국에도 그대로 얹히는 전망입니다. HBM4 세대 경쟁을 앞세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가격 협상의 기준을 쥐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HBM4 공급 계약 조건이 내년 메모리 업황의 방향을 가늠할 지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121% 오르고, 8단 제품은 층을 줄였는데도 Gb당 값이 12단보다 10~20% 높아지며, 공급 부족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시각입니다. 수요는 AI 서버에서 쏟아지는데 공급은 첨단공정 웨이퍼 한 장에 묶여 있으니, 협상의 주도권은 파는 쪽에 남아 있는 셈이죠.

이번 변화는 메모리 가격표가 아니라 AI 인프라의 원가 구조가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혀요. GPU 한 장의 값이 HBM에, HBM 값이 다시 서버 구축비 전체에 얹히는 구조라서, 한국 메모리 두 회사의 가격 결정력이 어디까지 유지되는지가 다음 분기 실적에서 확인될 지점입니다. 트렌드포스는 8단 제품의 실제 적용 비중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관건으로 꼽았고, 그 숫자는 내년 상반기 공급 계약에서 드러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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