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답 얻는 값이 18개월 만에 725분의 1
같은 수준의 AI 답을 얻는 데 드는 돈이 1년마다 13분의 1로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AI 서비스를 쓰는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인프라를 깔아놓는 기업에는 전혀 다른 각도로 다가오는 숫자예요.
비영리 연구기관 에포크 AI(Epoch AI)는 최근 발표한 ‘추론 비용의 급락’ 보고서에서 2023년 이후 같은 성능의 AI를 구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분기마다 약 47%씩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1년으로 환산하면 매년 13분의 1꼴입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과거 기술과 견줘보면 하락 속도가 더 두드러지는데, 인간 유전체(DNA) 분석 기술보다 4배, 컴퓨터 연산력 발전보다 6배,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18배, 1973년 이전 100년간 전력 가격 하락보다 무려 54배나 가팔랐어요. 보고서는 이런 속도가 인류 산업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록적 수준이라고 짚었습니다.

성능 벤치마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됩니다. 오픈AI가 2025년 1월 내놓은 추론 모델 ‘o3’는 물리·화학·생물학 등 박사급 시험인 GPQA 다이아몬드에서 정답률 75%를 내는 데 문제당 평균 30센트(약 400원)가 들었어요. 그런데 약 1년 반 뒤 나온 ‘GPT-5.6 루나’는 같은 난도 시험에서 같은 성적을 내는 데 0.04센트(0.0004달러)밖에 쓰지 않았습니다. 18개월 만에 같은 두뇌를 빌려 쓰는 값이 725분의 1로 주저앉은 겁니다.
보고서는 이 낙폭을 두고 “5천만원짜리 신차 가격이 1년 반 만에 7만원으로 떨어진 것과 같다”며 “역사상 어떤 범용 기술도 이렇게 단기간에 저렴해진 적은 없다”고 설명했어요. 분야별로는 수학 문제 해결 비용이 분기당 5052%(연 1619배), 체스·게임 기반 퍼즐이 분기당 3943%(연 710배) 떨어져 하락 폭이 가장 컸습니다.
여기서 짚을 대목은 겉으로 보이는 모순입니다. GPU와 전력,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 비용은 치솟는데, 정작 이용자가 같은 성능의 AI를 쓰는 가격은 배터리나 연산력 같은 과거 기술에서도 찾기 어려운 속도로 떨어지는 AI 가격 역설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비용 급락은 새 모델이 나온 직후 기존 성능 가격이 무너지는 방식으로 진행돼, 독점적 이윤도 오래가기 어려운 구조를 만듭니다.
한국 시장에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모델을 직접 만드는 회사보다 그 위에서 서비스를 파는 네이버·카카오·SKT 같은 곳, 그리고 추론 비용을 좌우하는 국산 AI 반도체(NPU) 진영에는 원가 경쟁력이 곧 사업 기회가 되는 환경이 열리는 셈이에요.
추론 비용이 낮아질수록 기업들은 더 작은 모델로도 같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고, 서비스 단가를 낮추거나 무료 기능을 늘리는 선택지도 넓어집니다. 반대로 모델 성능만 앞세우던 회사라면 가격 경쟁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마주하게 되는 셈이에요.
이번 변화는 AI의 경쟁 축이 가장 똑똑한 모델 한 개에서 얼마나 싸게, 얼마나 많이 돌리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요. 추론 단가가 이 속도로 내려가면 값싼 고성능 AI가 전 산업에 스며들 여지가 커지고, 반대로 그만큼 전력과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국내 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계획과, 국산 NPU가 이 가격 하락 흐름에서 어떤 자리를 잡느냐입니다.
원문: 연합뉴스 — [AI픽] “AI 두뇌값 1년새 13분의 1″…유례없는 가격 폭락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4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