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ADAS 켜줘’ 시대, 글레오AI가 문 열까요

테슬라는 이미 스티어링 휠에 손을 대지 않고도 차가 알아서 차선을 바꾸고 속도를 조절하는 세상을 열었다. 반면 현대차는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왔다. 이 상반된 두 철학의 간극이, 이제 음성이라는 접점에서 한 뼘 좁혀지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음성으로 주행보조시스템(ADAS)을 실행하는 기술을 공식 검토 중이라고 1일 밝혔다. 핵심은 지난 5월 더 뉴 그랜저에 탑재된 AI 비서 ‘글레오AI’의 활용 범위 확장이다.

이장선 현대차 음성인식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더 뉴 그랜저 미디어 시승회에서 “글레오AI가 ADAS 기능을 실행할 수 없는 건 법규 문제 때문이 아니다”라며 “아직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기능 검증을 충분히 진행하면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더 뉴 그랜저에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2(HDA2), 기억 후진 보조,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등 다양한 ADAS 기능이 탑재돼 있다. 다만 이 모든 기능은 운전대 좌측의 물리 버튼으로만 조작할 수 있다. 음성 명령이 도입되면 “고속도로 주행 보조 켜줘”나 “차로 유지 보조 실행해줘” 같은 자연어로 주행 보조 기능을 활성화하는 게 가능해진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주행 안전과 직결된 기능인 만큼 오작동 방지와 운전자 확인 절차가 최우선 과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달 14일 “자율주행은 중국과 테슬라가 굉장히 빠르다”면서도 “기술은 채워나갈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며, 늦더라도 안전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 HDA2와 테슬라 감독형 FSD는 둘 다 레벨2 주행보조 기술로 분류되지만, 사용성에서는 차이가 뚜렷하다. 테슬라 FSD는 운전자의 전방 주시가 확인되면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고 요구하지 않는 반면, 현대차는 일정 시간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으면 일부 기능을 강제 종료한다. 음성 ADAS가 이 격차를 어느 정도 좁혀줄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현대차가 ‘안전’이라는 보수적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 경험의 진입장벽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글레오AI의 다음 업데이트가 바로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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