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 2026 개막, K반도체 AI 공급망 주도권 잡나

대만 타이베이에서 2일 개막하는 컴퓨텍스 2026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이 총출동한다. AI 서버와 고성능 PC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차세대 파운드리, OLED 패널까지 — 한국 기업들이 AI 공급망 전 구간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무대다.

컴퓨텍스는 원래 PC 중심 행사였지만, 올해는 완전히 AI 전시회로 탈바꿈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GTC(자체 개발자 콘퍼런스)까지 컴퓨텍스 기간에 맞춰 타이베이에서 열면서 전 세계 AI 반도체 수요처가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에 탑재될 HBM4·HBM4E 로드맵을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숫자로 보면 한국 반도체의 AI 공급망 위상은 이미 확인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은 전년 대비 67% 성장한 194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로, 이 중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고대역폭 메모리 없이는 엔비디아의 AI GPU도, 구글·아마존의 AI 데이터센터도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굳어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컴퓨텍스에서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TSMC가 AI 칩 파운드리 시장을 60% 이상 장악한 가운데, 삼성은 2나노 GAA 공정의 수율 안정화를 앞세워 엔비디아·퀄컴 등 대형 고객사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AI 공급망이 커질수록 TSMC 한 곳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삼성 파운드리에도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진영도 빠지지 않는다. LG디스플레이는 AI PC·게이밍 모니터용 고주사율 OLED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는 AI 서버용 저전력 디스플레이 기술을 각각 선보인다. 후공정 장비 업체인 한미반도체와 제우스도 엔비디아·AMD 공급망을 겨냥한 차세대 장비를 출품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컴퓨텍스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면, 올해는 AI 메모리와 파운드리에서 오히려 판을 주도하는 위치”라며 “젠슨 황이 직접 한국 기업들과 만찬을 갖는 것 자체가 이 위상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컴퓨텍스 2026은 6월 6일까지 열리며, 기조연설은 AMD 리사 수 CEO, 인텔 팻 겔싱어 CEO, 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 등이 맡는다. 이번 행사에서 K반도체가 얼마나 구체적인 수주 성과를 거둘지, 그리고 삼성 파운드리가 TSMC 일변도인 AI 칩 생태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