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태양광 비전 버리고 1조 원 가스터빈 회사 샀네요

1년 전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에서만 연간 100GW의 태양광을 제조하겠다”고 외치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가 지난 5월, 조용히 1조 원 규모의 화석연료 가스터빈 회사를 개인 자격으로 인수했다. 테슬라의 사명에서 ‘지속가능(sustainable)’이라는 단어가 빠진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일론머스크가 APR에너지를 약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에 사들인 사실이 FTC(미 연방거래위원회) 제출 서류를 통해 7월 15일 처음 드러났다.

인수 대상인 APR에너지는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식 가스터빈 기업이다. 현재 1,100MW(1.1GW) 이상의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듈형 터빈은 불과 30일 만에 현장 배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다중 연료 대응이 가능해 천연가스뿐 아니라 디젤·바이오연료로도 가동할 수 있다. 이전 소유주는 2024년 말 이 회사의 자산을 인수해 ‘뉴APR에너지’로 재편한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이다. FTC는 이 거래의 반독심사 대기 기간을 조기에 면제했으며, 추가 심사 없이 승인했다.

거래 규모는 FTC 서류에 기재된 소수 지분 거래 내역에서 역산됐다. 5% 지분을 보유한 소수 주주가 약 5,040만 달러(약 660억 원)를 수령한 점을 근거로 전체 기업가치 약 10억 달러가 추정된다. 거래 완료일은 5월 14일. 머스크는 이 인수를 어떤 공식 채널로도 발표하지 않았고, 언론도 FTC 서류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거래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라티튜드미디어는 “보도자료 한 줄 없는 은밀한 인수”라고 평가했다.

APR에너지는 이미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깊숙이 발을 들이고 있다. 2025년 초 미국의 한 주요 AI 하이퍼스케일러에 100MW를 공급했으며, 현재는 “미국 최대 AI 훈련 시스템”에 375MW를 납품 중이라고 자사 웹사이트에 명시하고 있다. 머스크 개인이 아닌 테슬라·스페이스X·xAI 등의 법인을 통하지 않고 머스크 본인 명의로 인수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향후 이 자산이 어떤 방식으로 xAI의 데이터센터 전력망에 통합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번 인수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머스크가 10년 넘게 쌓아온 ‘청정에너지 구원자’ 이미지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는 솔라시티 인수(2016년), 테슬라 솔라루프 출시, 202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의 100GW 태양광 제조 선언 등 태양광을 자신의 환경 비전 중심에 두는 행보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테슬라는 2025년 12월 미션스테이트먼트에서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라는 단어를 삭제했고, 이번 APR에너지 인수는 그 연장선에 있는 전략적 전환으로 읽힌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의 프레드 램버트는 “솔라시티와 테슬라 솔라루프로 태양광을 설파하던 인물이 이제는 화석연료 발전 인프라를 개인 자격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 거래가 지닌 상징적 모순을 지적했다.

머스크가 태양광 비전에서 가스터빈으로 방향을 튼 것은 결국 AI 시대의 시간 싸움이라는 해석이 유력합니다.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짓는 데는 수년이 걸리지만, APR의 모바일 터빈은 30일 만에 가동됩니다. xAI의 Grok 4.5가 ‘오푸스 클래스’를 표방하며 출시를 앞둔 시점,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는 기술 경쟁력과 직결된 생존 문제입니다. 태양광이라는 수십 년 간의 서사가 AI 군비경쟁 앞에서 얼마나 빠르게 접히는지, 이번 인수는 그 시간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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