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단, 8단, 4단. 엔비디아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베라 루빈’에 들어갈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둘러싸고 세 개의 숫자가 부딪히고 있어요. 그런데 이 가운데 어떤 숫자가 주력이 될지를 두고 나온 최신 전망은 최근 시장을 눌러온 우려와 정반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9일 HBM4에서 12단 제품이 주력이 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최근 엔비디아가 주요 HBM 공급사에 주력품 사양을 12단에서 8단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주문형반도체(ASIC) 진영에서는 비용 부담 탓에 4단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죠. 카운터포인트의 전망은 이 흐름과 정면으로 엇갈립니다.
적층 단수가 왜 실적 변수인가
HBM은 D램을 여러 층 쌓아 올려 만드는 메모리예요. 층을 높게 쌓을수록 한 자리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지만 그만큼 생산이 어려워집니다. HBM 생산에는 범용 D램보다 3배 이상의 생산능력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적층 단수가 낮아지면 HBM에 쓸 설비가 덜 필요해지고, 남는 설비로 범용 D램을 더 만들면서 가격이 눌릴 수 있다는 게 그동안의 우려였습니다. 반대로 단수가 높게 유지되면 HBM이 설비를 계속 붙잡고 있어서 범용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이어질 수 있어요.
카운터포인트는 HBM 탑재량이 늘어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인공지능(AI) 작업에서는 비용 절감보다 대역폭과 용량을 함께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기관은 “ASIC에서도 우려와 달리 4단 제품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메모리 업계 전반에 제기된 HBM 수요 둔화는 잘못된 정보라고 강조했다. HBM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면 범용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입니다.
삼성전자 실적과 맞물린 숫자
이 전망은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 실적과 맞물려 읽을 필요가 있어요.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 4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선 숫자죠. 다만 카운터포인트는 이번 실적에서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보였던 깜짝 초과 성과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마진 부담으로 돌아온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매출 상당 부분을 달러로 벌어들이고 비용은 원화로 쓰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이를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에요.
그러면서도 이 기관은 “메모리 업계 수요 성장에 대한 확신이 10월 들어 강화됐다”며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어요.
우려와 전망 사이
이번 전망은 HBM 단수 하향 우려가 실제보다 과했다는 신호로 읽혀요. AI 서버의 성능 경쟁이 이어지는 한 메모리 업체들은 비용보다 용량과 대역폭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거든요. 물론 카운터포인트의 추정도 전망일 뿐이라 실제 공급 계약에서 12단과 8단의 비중이 어떻게 갈릴지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8단 비중이 커지면 범용 D램 가격 흐름이 바뀌고,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 전망에도 곧바로 영향을 줍니다. 이달 말 나올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에서 HBM 비중이 어떻게 제시되는지가 다음 숫자 맞히기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에요.
- 원문: ZDNet Korea — “엔비디아 루빈 HBM4, 12단이 대세”
-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10-09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