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일 저녁, 서울 삼성동의 한 치킨집.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SK 회장이 마주 앉아 저녁을 나눴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앉았던 바로 그 테이블이었다. 두 사람의 ‘메모리 동맹’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는 14일 공시된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숫자로 남았어요.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만 올린 매출은 84조5648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27조8344억원에서 56조7304억원, 203.8% 늘어난 규모로, 상반기 전체 매출 131조8950억원의 64.1%를 차지한다. 전체 매출 역시 전년 동기 39조8711억원보다 230.8% 급증했다.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재무제표에 그대로 새겨진 셈이에요.
고객 구조가 달라졌다는 점이 더 눈에 띄어요. 반기보고서에서 최대 고객사 ‘가’는 엔비디아로 추정되는데, 이곳에서 발생한 매출은 17조6087억원으로 전체의 13.35%를 기록했다.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10조8906억원보다 61.7% 늘었지만, 비중은 27.31%에서 13.35%로 오히려 낮아졌다. 전체 매출이 더 빠르게 불어나면서 특정 회사에 대한 쏠림이 줄어든 거죠.
그 빈자리를 새 큰손이 채웠다. 올해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 고객사 ‘나’에서 17조187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가운데 한 곳으로 보고 있다. 두 고객사 합산 매출은 34조7961억원으로 전체의 26.38%에 달했다.
중국 매출도 급증했다. 상반기 중국 매출은 32조4783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3650억원보다 341.0% 늘었고, 전체에서 24.6%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HBM과 서버·AI용 제품을, 중국에서는 LPDDR과 낸드 같은 모바일용 제품을 주로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 매출은 66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3% 줄었고,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매출은 11조3872억원, 유럽은 2조8041억원으로 집계됐다. HBM뿐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까지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에요.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HBM4를 2분기부터 주요 고객사에 양산 공급하기 시작했고, 7세대인 HBM4E도 고객 대상 샘플 공급을 마쳤다고 밝혔다. 2027년 HBM 공급 물량과 가격 협의도 이미 시작됐다. HBM3E(5세대)와 HBM4(6세대)를 비롯해 범용 D램과 낸드까지 미국 빅테크에 공급하는 구조가 이제 재무제표의 뼈대가 됐어요.
엔비디아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건 HBM 수요가 엔비디아 한 곳을 넘어섰다는 신호로 읽혀요. 자체 AI 칩을 만드는 빅테크들이 SK하이닉스의 새 고객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뜻이거든요. 최대 고객사 매출이 늘면서도 새 대형 고객이 동시에 등장한 덕분에 특정 고객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와요. 다만 하반기에는 엔비디아의 신형 칩 ‘베라 루빈’ 출시에 맞춰 HBM4 공급이 다시 집중될 예정이라, 잠시 줄었던 엔비디아 비중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남아 있어요. 고객을 넓히면서 최대 고객 물량까지 챙기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가 하반기 실적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네요.
원문: 아이뉴스24 — SK하이닉스, 상반기 美 매출 84.6조…엔비디아 추정 고객 17.6조
보조 출처: KBS 뉴스
작성: sw4u 9시뉴스 안나영 / 2026-08-14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