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 CEO 보수가 올해 유독 가파르게 뛴 이유를 추적하면 한 사람에게 도달한다. 일론 머스크다.
로이터는 13일(현지시간) S&P 500 기업 CEO의 평균 보수가 사상 최고치인 2,280만 달러(약 308억 원)를 기록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배경은 머스크식 초대형 성과 연동 보상 패키지가 다른 상장사 이사회로 확산한 영향이다.
미국 최대 노총 AFL-CIO가 매년 발간하는 임원 보수 감시(executive paywatch) 보고서는 머스크가 2025년 테슬라 CEO로서 1,580억 달러의 보상을 받았다고 집계했다. 이는 테슬라의 2025년 연간 매출 940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같은 기간 테슬라 매출은 전년 대비 3% 줄며 사상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머스크의 1년치 보수는 평균 직원 임금의 252만 2,203배로, 테슬라가 설립 이래 벌어들인 누적 이익보다도 많다. 이 배율을 임금으로 환산하면 테슬라 평균 직원의 연봉은 약 6만 2,000달러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580억 달러를 252만 배로 나눈 값이다. 즉 머스크가 한 해 받은 보수는 직원 한 명이 약 252만 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과 맞먹는다.
이 격차의 배경에는 주가·시가총액 마일스톤에 연동된 옵션형 보상이 있다. 평소 S&P 500 기업 CEO와 직원의 보수 격차는 약 300대 1 수준인데, 머스크 한 명이 평균을 수백 배로 끌어올렸다. 머스크식 패키지의 특징은 고정 급여를 낮추는 대신 성과 조건을 시가총액처럼 극단적으로 높게 잡는 구조다. 목표를 달성하면 지급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그 규모가 다른 이사회의 보상 벤치마크가 되는 식이다.
머스크식 보상은 2018년 주주들이 승인한 역대급 패키지에서 비롯됐다. 델라웨어 법원이 한 차례 무효화한 이 패키지는 주주 재승인을 거쳐 부활했고, 이후 시가총액 마일스톤 달성에 따라 지급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대형 옵션형 보상의 희석 위험을 지적하며 반대를 권고해왔지만, 이사회들은 머스크식 구조를 잇달아 도입했다.
로이터는 머스크에서 영감을 받은 보상 구조가 퍼지면서 CEO 보수가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머스크의 보수가 CEO 보수 수준을 역대 최고로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테슬라가 머스크에게 평균 직원의 250만 배가 넘는 보수를 지급했다고 전하며, 이익이 줄어드는 와중에 이뤄진 지급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머스크의 약 1조 달러 규모 보상 패키지에 이어 S&P 500 CEO 평균 보수가 기록을 세웠다고 짚었다.
이번 기록은 단순히 머스크가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넘어섭니다. 상장사 이사회가 머스크식 초대형 성과 보상을 사실상의 기준점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CEO 보수 경쟁이 자기 강화 루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한 기업이 파격적인 패키지를 승인하면 이웃 기업의 보상위원회가 이를 준거로 삼고, 그 결과가 다시 다음 해의 기준이 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루프의 꼭대기에 있는 성과 지표가 분기 실적이 아니라 시가총액과 주가라는 점입니다. 실적이 꺾인 해에도 보수가 늘어난 테슬라의 사례처럼, 보상과 경영 성과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질수록 주주와 일반 직원의 괴리는 더 벌어집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내년 주주총회 시즌에 이런 초대형 패키지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반대표(세이온페이)가 얼마나 늘어나는지입니다.
- 원문: Reuters — S&P 500 CEO pay jumps to record as Musk-inspired compensation plans spread
- 보조: Electrek, The Guardian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8-14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