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기아, 사우디 스마트시티·로봇 생태계 독점

5,00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가 네옴시티 등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한 예산 규모다. 그리고 이 거대한 청사진의 모빌리티·로봇 생태계 구축을 통째로 맡게 된 파트너가 현대차·기아라는 소식이 7일 전해졌다.

더구루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및 국부펀드(PIF)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포괄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단순한 전기차 공급을 넘어 자율주행 셔틀, 로봇 물류, 스마트시티 통합 관제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모빌리티 생태계 독점 구축’이다. 사우디 측은 네옴시티를 비롯한 스마트시티 내 모든 이동 수단의 설계·운영을 현대차·기아에 맡기는 구조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을 단순한 해외 수주로 보면 안 되는 이유는 사업의 범위에 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차량 공급은 물론이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로보택시, 배송 로봇, 스마트시티 데이터 플랫폼까지 한 번에 공급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투자해온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 슈퍼널의 UAM 기술,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해외에 수출되는 첫 사례라는 뜻이다.

사우디가 현대차·기아를 선택한 배경에는 ‘단일 공급자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이동 수단을 여러 회사가 나눠 공급하면 시스템 간 호환성 문제가 불가피하다. 모빌리티, 로봇, 관제 플랫폼을 한 회사가 통합 공급하면 이런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우디 왕실 고위 관계자는 더구루에 “여러 공급업체를 조율하느니 검증된 하나의 파트너에게 생태계 전체를 맡기는 게 더 빠르고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사우디 내 생산 거점도 확대할 전망이다. 기존에 추진 중이던 사우디 전기차 공장(CKD)에 더해, 로봇 조립 라인과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센터까지 현지에 설립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사우디 킹압둘라 과학기술대학(KAUST)과의 공동 연구도 추진 중이며, 현지 인력 5,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중동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오랜 텃밭이지만, 이번 계약은 차원이 다르다. 과거에는 ‘차를 파는’ 사업이었다면, 이제는 ‘도시의 이동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사업으로 진화한 셈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테슬라의 FSD, 웨이모의 로보택시처럼 소프트웨어·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현대차가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닌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로서 첫 대형 레퍼런스를 확보한 것은 의미가 크다.

다만 중동 특유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정 지연 가능성은 변수다. 네옴시티 자체도 당초 계획보다 축소·조정되는 과정을 겪고 있어, 실제 사업 규모가 계약 초기 구상대로 집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 팔던 회사’에서 ‘도시를 설계하는 회사’로 정체성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이번 계약이 분명한 전환점이 될 거예요. 하드웨어 역량에 소프트웨어·로봇·UAM까지 더한 통합 모빌리티 패키지가 중동에서 첫 검증을 마친다면, 앞으로 동남아·중남미 등 신도시 개발이 활발한 지역에서 유사한 수주 기회가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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