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테슬라 슈퍼차저는 ‘테슬라만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이었다. 타사 전기차는 들어갈 엄두도 못 내던 충전소였다. 그런데 2026년 가을, 미국 전역에 EVgo가 직접 제조한 테슬라 V4 슈퍼차저가 깔리기 시작한다. 벽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EVgo는 8월 5일, 테슬라의 슈퍼차저 설계를 정식 라이선스 받아 자체 생산한 V4 급속충전기를 올가을부터 미국 내 네트워크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의 충전 하드웨어 설계를 외부 업체가 라이선스로 제조하는 방식은 2024년 영국에서 처음 구현된 바 있지만, 미국에서의 본격 전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EVgo발 V4 슈퍼차저는 최대 500kW 출력으로 1,000V까지 지원하며, NACS와 CCS1 플러그를 동시에 갖췄다. 테슬라 정식 라이선스 제품이기 때문에 테슬라 차량의 내비게이션 앱과 경로 탐색기에도 그대로 표시된다. 하드웨어의 소유·운영은 EVgo가 맡으며, 부지 확보, 전력 계통 연계, 가격 관리까지 EVgo 측이 담당한다고 회사 측은 Ars Technica에 밝혔다.
비(非)테슬라 전기차 운전자들도 테슬라 앱을 통해 이 V4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EVgo는 기존 V3 슈퍼차저의 케이블이 짧아 일부 타사 차량에서 충전구까지 닿지 않던 문제를 의식한 듯 “차량의 충전구 위치와 관계없이 작동할 수 있는 충분한 길이의 케이블”을 약속했다. 이 충전기는 EVgo 앱과 테슬라 앱 양쪽에 모두 표시된다.
EVgo의 바다르 칸 CEO는 “EVgo는 전기차 운전자들이 편리한 급속충전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있으며, 증가하는 공공 충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전역의 커뮤니티에 더 많은 인프라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배치를 통해 더 많은 테슬라 및 NACS 차량 운전자들을 EVgo 네트워크로 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충전 서비스가 테슬라의 수익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는 시점에 나왔다. 테슬라는 차량 가격 인하로 대당 마진이 줄어드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관세가 분기마다 운영비를 끌어올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로보틱스와 AI 분야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있어 충전 네트워크에서 나오는 라이선스 수수료와 운용 수익은 회사의 현금흐름에 반가운 보탬이 될 전망이다.
월가에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한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는 “슈퍼차저 네트워크의 자산 가치는 테슬라가 직접 구축·운영할 때보다 외부 라이선스로 확장될 때 훨씬 빠르게 실현된다”며 “자본지출 없이 로열티 수익을 올리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EVgo는 이번 라이선스와 별개로 연말까지 자체 차세대 급속충전기도 배치할 계획이어서, 미국 충전 인프라 시장은 테슬라 표준을 축으로 한 다자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는 중이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충전기 납품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한때 ‘테슬라만의 비밀 무기’였던 슈퍼차저 네트워크가 이제는 산업 표준 인프라로 변모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EVgo 같은 서드파티 운영사가 테슬라 하드웨어를 찍어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머스크가 오래전부터 설계해온 ‘표준 선점 전략’이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음을 뜻합니다. 충전 표준(NACS)을 장악한 뒤 하드웨어 설계까지 라이선스로 풀어 업계 전체의 인프라 층위에 테슬라의 지배력을 각인시키는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다만 EVgo의 자체 차세대 충전기가 연말에 함께 출시된다는 점은, 라이선스 확장 속에서도 경쟁자들이 기술 독립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줍니다.
- 원문: Ars Technica — EVgo starts building Tesla Superchargers under license
- 작성: sw4u 8시뉴스 일관평 / 2026-08-06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