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미 기각한 소송에 대해 상대방에게 변호사 비용을 물리는 전략은 통상 ‘위험한 도박’으로 분류된다. 판사가 자신의 결정에 대한 사실상의 이의제기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OpenAI가 바로 그 도박판에 칩을 올렸다. 그것도 일론 머스크를 상대로 말이다.
OpenAI는 14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xAI를 상대로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의 변호사 비용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청구했다. 지난해 머스크가 제기했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뒤, 그 소송 방어에 들어간 비용을 돌려받겠다는 취지다.
문제의 소송은 2024년 머스크가 “OpenAI가 비영리 창립 정신을 배신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실상 자회사가 됐다”며 제기한 일련의 법적 공방 중 하나다. OpenAI는 머스크의 주장에 대해 “경쟁사(xAI)를 띄우기 위한 괴롭힘 소송”이라고 반박해왔다.
법원은 올해 중반 해당 영업비밀 소송의 상당 부분을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했고, OpenAI는 즉시 “이 기각이 우리 주장이 옳았다는 방증”이라며 소송비용 회수에 나섰다. xAI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법조계 반응은 엇갈린다. 실리콘밸리의 한 지식재산권 변호사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통상 기각 판결 후 소송비용 청구가 인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이번 건은 OpenAI가 ‘악의적 소송’의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번 청구는 머스크와 OpenAI의 갈등이 단순한 ‘말싸움’을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측 모두 수백만 달러의 법률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OpenAI는 이 소송에서 머스크의 과거 이메일을 증거로 제출하며 “머스크도 한때 OpenAI의 영리 전환에 동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xAI는 이 소송과 별개로 지난주 공식 사명을 ‘SpaceXAI’로 변경하며 머스크의 우주 기업과의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소송비용 청구가 회사의 대외 이미지와 투자 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이번 소송비용 청구는 단순한 ‘법정 뒤처리’로 보기 어렵습니다. 샘 알트먼은 이 사건을 통해 “머스크의 소송 전략 자체에 제동을 걸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만약 법원이 OpenAI의 손을 들어주면, 이는 경쟁사를 상대로 한 ‘묻지마 소송’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기각된다면 머스크는 그 결과를 자신의 정당성으로 포장해 정치적·사업적 레버리지로 삼을 공산이 큽니다. 어느 쪽이든 이 판결은 실리콘밸리의 소송 문화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