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조 벌고도 주가 10%↓…삼성·SK 반도체주 급랭

89조 4,000억 원. 그리고 마이너스 10.7%.

삼성전자를 둘러싼 두 숫자가 지난 24시간 동안 정반대의 신호를 보냈어요. 하나는 삼성전자가 올 2분기 기록한 분기 영업이익입니다. 이건희 회장 시절에도,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상 최대치예요. 다른 하나는 바로 다음 날인 13일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빠진 낙폭이에요. 하루 만에 시가총액 10% 이상이 증발한 겁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숫자부터 정리해볼게요.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입니다.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2~4월) 영업이익과 단순 비교하면 글로벌 주요 기술기업 중 분기 영업이익 1위라는 계산이 나와요. 비교 시점이 다르다는 단서는 붙지만, 삼성전자가 분기 이익으로 엔비디아를 넘어선 건 엄연한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13일 코스피는 8.95% 폭락하며 7,000선을 내줬어요. 삼성전자는 10.7%, SK하이닉스는 15.4% 급락했죠.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주식예탁증서(ADR)로 나스닥에 입성한 바로 그날 10% 넘게 빠지며 충격을 키웠어요.

이 극단적인 온도 차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표면적인 트리거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입니다. 메모리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어요.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0조 7,000억 원에서 62조 3,000억 원으로 12% 하향 조정하기도 했죠. 다른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해상 봉쇄 선언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예요. 국제 유가가 5% 넘게 급등하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이 출렁였습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구조적인 문제도 보여요.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동안에도 HBM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여전히 SK하이닉스 쪽에 기울어 있다는 평가가 나오거든요. AI 메모리 시장의 핵심인 HBM3E와 HBM4에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공급망을 유지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HBM 실기라는 뼈아픈 과거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에요.

게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찍은 바로 그 시기에 삼성 내부에서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총파업 직전까지 갔었죠. 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하는 합의안이 극적으로 도출되긴 했지만, “연 300조 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회사가 보상 체계 하나 설계하지 못한다면 헤드쿼터의 설계 능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어요.

사실 이 모든 숫자는 결국 같은 질문으로 수렴하는 것 같아요. 이익의 크기만으로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미래를 평가할 수 있을까요. 분기 89조라는 숫자는 분명 대단하지만, 시장이 그 숫자에 10% 할인을 매긴 이유를 읽는 게 더 중요해 보이는 시점이에요. SK하이닉스 ADR이 나스닥 데뷔와 동시에 급락한 것도, 결국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후의 지형’을 시장이 먼저 반영하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반도체가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AI 시대 한국 산업의 체질에 대한 시장의 중간 평가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거든요.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